"1996년은 미얀마 방문의 해".

미얀마가 30년을 넘는 고립주의의 잠에서 깨어나 힘차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군사정권의 고립주의 탈피노력이 본 궤도에 올라서면서 각종 경제지표에
좋은 징조가 나타나는가 하면 풍부한 천연자원과 잠재력을 겨냥한 외국기업
의 진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91년까지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경제의
해" 첫해인 92년 9.7%의 고성장을 기록한 이후 93년 5.9%, 작년 6.8%등의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91년 4억8천8백만달러에 불과했던 수출도 지난해엔 7억3천만달러에
이르는등 최근 3년동안 매년 7~13%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 적자폭은 심화됐으나 이는 지난 93년부터 외국투자기업
이 늘어남에 따라 자본재와 중간재의 수입이 증대한데 따른 것이라며
미얀마정부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미얀마의 1인당 국민소득은 연 2백20달러로 세계 최빈국이다.

그러나 실질구매능력은 최근 2~3년 사이에 급신장, 베트남 필리핀등과
비슷한 평균 6백50달러 규모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얀마 경제기획국은 미얀마 경제가 인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국가에
비해 지나치게 평가절하되고 있다며 오는 2000년까지 무역량은 연평균
12~14%, 경제성장률은 6.5~7.5%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
하고 있다.

"미얀마는 50년대 초반에 1인당 국민소득이 5백달러로 동남아 동북아에선
일본 다음으로 잘사는 부국이었습니다. 한국의 10배였던 셈이지요. 그런만큼
경제개발만 잘 추진하면 크게 발전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따라서
베트남에서 적절한 투자기회를 놓친 기업이나 실패한 기업들은 미얀마에
빨리 들어와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대우미얀마법인 신태철이사의 말이다.

외국기업의 대미얀마투자 급증은 그만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지난 89년이후 93년말까지 73건 8억8천9백30만달러에 불과했던 외국기업의
투자규모가 지난 9월말 현재 총 1백34건 25억9천9백80만달러에 달했다.

1년반사이에 건수로는 2배가까이, 액수로는 3배이상 늘어난 것이다.

미얀마가 경제개발에서 중점 추진하는 것은 가스개발과 관광업등 2개 분야.

외국기업의 산업별 투자규모에서도 가스개발이 23건 14억2천만달러, 호텔.
관광업 30건 5억7천만달러로 1,2위를 차지한다.

외국투자기업으론 일본종합상사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일본기업들의 미얀마투자는 국별순위에서 6위에 머물러 있으나 전력 통신
도로 항만 제조 농림수산업등 사실상 미얀마 경제전체에 대한 투자의사를
밝히고 있어 1~2년내 투자 1위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마루베니 이토추 스미토모 미쓰비시등 종합상사들은 이를위해 미얀마정부와
각 산업별로 각개격파식 포괄협력협정을 맺어놓은 상태이다.

일본정부는 지난 92년 40억엔, 93년 62억엔, 지난해 12억엔의 무상원조를
지원한데 이어 올해엔 40억엔을 주기로 했다.

또 정부공식원조(ODA)를 재개키로해 미얀마에 일본엔화자금이 엄청나게
풀릴 전망이다.

당장 양곤국제공항 전력정비자금등 각종 엔화원조가 들어올 예정인데 일본
기업들은 미얀마가 엔화자금을 재원으로 계획한 각종 사업을 수주하는데
기득권이 있을 것으로 판단, 미얀마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아세안국가들의 진출도 볼만하다.

지난 2월 미얀마에선 처음 열린 국제무역박람회에 참가한 1백개 해외업체중
태국 23개, 싱가포르 22개, 말레이시아 16개등 모두 61개 업체가 참여해
열기를 반영했다.

중국도 미얀마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붕총리가 작년말 미얀마를 방문, 철도정비에 1억4천만달러, 양곤항
부두건설에 3천만달러를 지원하고 만달레이 국제공항, 3개의 관계용 댐,
이라와디강 교량건설등의 사회간접자본시설 정비에도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운남성과 미얀마를 한데 묶은 인도차이나 서남경제권을 계획한 것으로
미얀마를 거쳐 인도양~유럽~아프리카등으로 이어지는 해상수송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영국은 미얀마를 지배한 경험을 바탕으로 석유개발등 대형 프로젝트에
투자한 최대 투자국이며 자원개발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동남아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네덜란드 프랑스도 미개척지 미얀마에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얀마가 시장경제로 전환하기 훨씬 전인 지난 85년부터
대우가 전자 봉제 합판 유통등 9개 프로젝트에 1천5백60만달러를 투자,
외국업체들로부터 투자 실행률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또 현대 삼성등 국내 종합상사와 두풍 목원등 중소기업 36개 업체가 총
1억1백만달러를 제조업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한국기업들은 제조업에 투자를 집중해 미얀마인들로 부터 좋은 평가를
듣고 있다.

이와함께 대우는 차량정비및 고무 철강 시멘트등으로 투자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며 이밖에 제일제당 내쇼날푸라스틱등 국내 4개 업체가 미얀마투자를
계획중이다.

미얀마에선 수지 여사의 해금이 외국기업의 투자등 미얀마 경제에 별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미국의 대미얀마 경제제재 해제가 미얀마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지에선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등 동남아시장에서의 열세 만회를
위해 미국이 곧 경제제재조치를 풀 것으로 전망한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이전을 추진하는 초기단계에서 미얀마는
극복해야할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

열악한 인프라시설, 관련 법규와 제도의 미비, 2중환율제, 복잡한 인허가
절차, 급격한 인플레현상등이 그것이다.

"미얀마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도 마지막으로 남은 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 영국이 동남아시장의 열세를 미얀마시장을 근거지로
극복하려할 만큼 잠재력이 큽니다. 아직 여러가지 면에서 투자여건이 미흡한
점이 있으나 철저한 시장조사와 법규 제도 관습등에 관한 정보를 갖고 접근
하면 승산이있는 시장입니다"

양곤외곽 키민다인지구에서 PVC파이프를 생산하는 (주)목원 천인수사장의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