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취재안내를 맡아준 경제일보 외사처직원 정람에게 "김일성동상
앞에서 오열하는 북한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해할수 있다"는 것이었으며 "나도 모택동주석이 사망했을때
한없이 운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만약 등소평이 서거하면 울겠느냐"고 물어보았다.

"안 울겠다"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나도 그때와는 다른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항주에서 만난 남희라는 조선족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모택동사망시 저도 울었습니다"라고 하는 그에게 왜냐고 했더니 "나는
나이가 어려 잘 몰랐지만 부모님들이 울어서 따라 울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등소평이 서거하면 울겠느냐고 물으니 "울것 같지 않다"고 했다.

중국인들은 김일성의 사망을 통해 18년전 모택동이 사망했을때를 회상하며
스스로의 자화상을 그려보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감상적인 느낌도 순간일뿐 일단 이해가 얽혀 있다고 생각
되면 냉정해지는 것이 중국인이란 지적이다.

주중 한국대사관 조상훈공사는 중국이 가장 필요한 것은 "개혁개방의
차질없는 추진"이라고 못박고 "따라서 북한의 안정은 중국의 21세기를 향한
중화의 실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인의 이해계산에서 볼때 중국정부의 김정일에 대한 신속한
지지표명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황병태 주중대사도 김일성의 사망으로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는 과거의
혁명1세대의 "정감적인 관계"에서 혁명2세대의 이익계산에 기초한 "냉정한
관계"로 전환되었다고 단언하고 중국내 "후계구도의 정착이야말로 개혁개방
의 성공여부를 가를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해온 등소평이, 이미 20년의 뿌리
를 가지고 있는 김정일의 후계구도를 신속히 인정했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황대사는 중국의 조문이 "첫째 김정일체제를 지지한다, 둘째 선대의 위업을
이어받아 발전시켜라, 셋째 한반도 평화정착에 힘써라, 넷째 전진 발전
하라, 다섯째 중.조관계를 유지하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국정부가 김정일에게 전달하고자 했던바는 "아버지 세대와는
달라야 한다, 흐트러져서는 안된다, 시끄럽게 하지말라, 그리고 개방개혁
으로 나아가라"는 내용으로 파악할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일성의 장례식이 거행되던날 중국은 조기를 걸고 TV등에서 일체의
오락물을 내보내지 않을 정도로 예우를 다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외교를 담당하는 사람들이나 지도부의 태도였을뿐 중국에서
만난 어떤 사람에게서도 북한과의 경제관계에 기대를 걸고있는 경제인은
한사람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이제 북한과 경제적으로 협력할 것은 없다고 본다. 대신 중국은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하던 상해 동조선소 관계자의
표현은 중국인들에게 오늘의 북한이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가를 감지할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