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생산방식은 개도국으로 넘겨지고 선진국기업들은 이른바 조직재편,
리엔지니어링등을 통해 성과중시경영(high-performance)에 전념하고
있다.

이같은 변신을 통해 선진국기업들이 지향하는 것은 가격보다는 품질,
다량보다는 다품종, 판매실적보다는 애프터서비스를 요구하는 새로운
시장경쟁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영국의 세계적인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18세기후반기를 산업혁명
의 태동기로 본다면 20세기후반기는 성과중시작업장의 출현기라 할 수
있다"고 최근의 변화를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대량생산보다는 효율과 서비스의 개선을 중시하는 성과중시작업장
에 대한 개념이해는 나라마다 기업인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지적이다.

가장 전형적인 모델은 도요타자동차가 선도한 일본의 "유연생산체제"
(lean production). 재고를 줄이고 종업원들을 팀제로 관리함으로써
병목현상을 없애고 품질을 보증하며 품질개선노력을 제도화하는 이 방식은
생산기간을 대폭 줄이는 효과를 실현했다.

다음으로 베네통 등 이탈리아기업들이 활용하는 "탄력적인 전문화"
(flexible specialisation).

중소기업들의 적기생산과 상품화능력을 대기업들의 규모경제및 세계적
조직과 결합하는 방식이다. 베네통의 경우 수많은 납품업자와 디자인
전문업체, 생산전문업체를 조직적으로 활용, 소비자들의 변덕스런 비위를
잘 맞추고 있다.

독일기업들의 "품질다양화"(diversified quality)전략도 있다.

고급기술력을 활용,자동차와 공작기계와 같은 고급재로 생산을 국한시켜
온 독일의 경영방식은 기술과 대량생산의 미덕을 절묘하게 조화시키고
있다.

스웨덴은 고급기술자들이 뭉친 "팀의 자율성"(autonomous team)을 강조
하고 있다.

작년에 문을 닫은 볼보의 우데발라공장에서는 개별팀이 자동차조립의
전체공정 뿐만 아니라 고객에 대한 판매까지도 책임을 졌었다.

미국경영인들은 최상중의 최상을 추구한다. 일본으로부터 품질경영을
빌어오고 독일로부터 도제제도를 모방한다. 이같은 선별주의로부터
유연생산체제와 팀생산체제의 두가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두방식은 중간관리층을 컴퓨터로 대체하려고 애쓴다거나 하는 공통점
도 많지만 종업원들에 대한 권한이 양면에서는 크게 다르다.

유연생산방식은 중앙집권적인 협동체제와 성과지표에 의존한다. 또 소위
리엔지니어링을 통해 인력감축과 생산기간단축을 실현하려고 애쓴다. 반면
팀모델은 의사를 결정하고 혁신을 창출하는 과제를 전적으로 종업원들에게
의지한다.

물론 이러한 성과중시경영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본이 주도하는 종합품질경영(TQM)이란 것도 벌써 20년대에 미국의
벨연구소가 창안, 미국점령하에서 일본인들에게 전수해 준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기업들은 작업장을 재창조하는데 열심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장에 가보면 레비스트로스나 제네랄 모터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 그런 변화는 매우 미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확신에서라기
보다는 위기의식에 몰려 마지 못해 변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영인들이 아직도 대량생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말로는 고급기술인력의 육성을 강조하지만 대량생산 노동비용축소
외부계약제 임시직고용확대 컴퓨터도입확대등에 매달리고 있다.

성과중시경영에 대한 논의는 아직 아카데미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이 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