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부가 올들어서야 멀티미디어시대를 겨냥한 통신법규 개정작업에 착수
하고 있지만 업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지선점을 위한 투자와 제휴를 시작
했다.

미국업계의 멀티미디어시대 준비는 정보네트워크제공,정보제공,정보기기
제공의 각분야에서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전기통신업체와
CATV업체들을 중심으로한 장래의 정보네트워크제공자들이 가장 활발한
준비작업을 하고있다.

전기통신회사들은 화상정보등을 보낼 수있어 멀티미디어시대에 필수적인
광케이블네트워크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한편으론 CATV
업체에 대한 출자,매입이나 제휴를 감행하고 있다.

전기통신업체는 전국 방방곡곡에 깔려있는 CATV업체의 네트워크를,CATV
업체는 전기통신업체의 자금력과 쌍방향통신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상호간에 줄대기작업이 이어지게 하는 이유이다. 미정부의 법규
정비가 늦어지고 있을 뿐,업계에서는 이미 통신과 방송간의 벽이 한쪽
모서리에서부터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7개 베이비벨(지역전화회사)중 하나인 퍼시픽텔레시스는 지난해
가을 1백60억달러상당의 대형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금세기안에 광케이블의
디지털통신망을 구축,캘리포니아주의 5백만세대를 이 네트워크로 묶겠다는
구상이었다. 올해안에는 대도시권을 중심으로한 네트워크건설에 착수,
우선적으로 96년까지 1백50만세대를 대상으로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영화 뉴스 홈쇼핑 비디오게임 지역사회정보등을 쌍방향통신시스템을
통해서 각가정과 사무소에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퍼시픽텔레시스의 대형프로젝트는 CATV업체중 제휴나 출자의
대상을 선택하지 못한채 내놓은 독자적인 투자에 불과하다. 이회사보다
규모가 큰 지역전화회사나 미전신전화(AT&T),MCI,GTE,스프린트등의 장거리
전화회사들이 뒷짐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사우스웨스턴벨이 하우서커뮤니케이션에 출자한 것을 필두로 벨아틀랜틱의
텔리커뮤니케이션(TCI)매수,US웨스트의 타임워너출자,나이넥스의 바이어콤
출자,벨사우스의 프라임매니지먼트출자등 베이비벨로서 CATV업체에 줄을
대지않고 있는 회사는 이제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다.

장거리전화회사들도 CATV업체들이 갖는 지역네트워크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역전화회사와는 달리 이동통신분야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AT&T는 지난해 매코셀룰러를 매입했다. 또 바이어콤과
쌍방향TV공동실험을,TCI와는 차세대이동통신서비스(PCS)분야의 기술제휴를
맺는등 제휴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올들어 전국적인 광케이블네트워크의
구축계획을 발표한 바있는 MCI도 이에앞서 존스라이트웨이브(CATV업체)에
출자한 바있다.

정보네트워크사업자가 되기위한 전기통신업체와 CATV업체간의 제휴 매수
출자등에 못지않게 정보제공사업자로서의 유리한 위치를 얻기위한 CATV,
영화,통신,게임,대형비디오대여,홈쇼핑업체등의 질주는 혼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막바지단계로 치닫고 있는 파라마운트매수를
둘러싼 QVC와 바이어콤간의 전쟁이다. 홈쇼핑업체인 QVC진영에는 TCI,
컴캐스트케이블이란 CATV업체와 벨사우스란 지역전화회사가,CATV업체인
바이어콤진영에는 블럭버스터(비디오대여업체),나이넥스(지역전화회사)가
붙어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멀티미디어를 통해 이용자의 안방에 전달될 전자신문이나 데이타베이스의
음성영상화에는 각신문업계와 금융정보의 리얼타임서비스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나이트리더가 기술개발과 투자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정보기기제공자분야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멀티미디어시대의 네트워크인 광케이블을 통해 동시에 전달되는 음성 화상
데이타등의 정보를 단말기에서 다시 분류,이용자에게 내보내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교환기술 CATV터미널및 기본시스템(OS)과 응용소프트등이
필요하다. 이에대한 기술개발은 컴퓨터업체들을 주축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CATV터미널(일명 세트톱)분야에서는 인텔,마이크로소프트,바이어콤및
TCI와 모토로라,카레이더(IBM과 애플의 합작사),타임워너등이 각각 진영을
구성해 규격표준화를 향해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미정부의 굼뜬 움직임과는 달리 미업계는 이미 정보네트워크,정보소프트,
정보기기사업분야등에서 멀티미디어시대에 대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박 재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