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 1위 고진영(27)의 많은 강점 중 하나는 강한 멘탈과 뒷심이다. 다소 흔들리는 듯한 모습이 있더라도 이내 털어낸다. 샷에 한번 불이 붙기 시작하면 어느새 리더보드 상단에 올라가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스 버디스 이스테이츠의 팔로스 버디스GC(파71·625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팔로스 버디스 챔피언십(총상금 150만 달러) 최종일은 고진영의 진가를 보여준 경기였다.

고진영은 이날 선두 해나 그린(26·호주·중간합계 8언더파)에 4타 뒤진 공동 12위로 출발했다. 다소 우승권에서 멀어보이는듯 했지만 고진영 특유의 몰아치기가 시작됐다. 2번홀(파4)과 5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으며 샷감을 끌어올린 그는 7번홀(파5)에서 두번째 샷을 홀에서 8m거리에 붙였다. 짧지 않은 거리였지만 고진영은 끝내 이글퍼트를 잡아내며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후반에 보기 1개, 버디 2개를 더하며 5타를 줄인 그는 최종합계 9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뒷조에서 경기한 마리나 알렉스(22·미국)가 합계 10언더파를 기록하며 1타차 준우승에 그쳤다. 그래도 단번에 순위 10계단을 끌어올린 경기력은 고진영의 귀환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페어웨이 안착률 100%에 그린도 단 두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켜냈다.

경기를 마친 뒤 고진영은 "한국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한국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정말 즐겁게 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최근 스윙이 잘 안됐는데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해봤다. 그리고 오늘 적용해봤는데 그게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고진영은 이날 경기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음 우승 사냥을 예고했다. 그는 "다음주 코그니전트 파운더스 컵을 앞두고 경기력이 제자리를 찾은 듯해 기쁘다. 다음 대회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