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2라운드가 열린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 클럽하우스 앞 연습 그린에서 필드 출격을 앞둔 선수들의 퍼팅 연습이 한창이었다. 실전을 앞두고 샷 감각과 컨디션을 최종 점검하는 자리인 만큼 선수 사이에선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매너의 스포츠’답게 프로 골퍼 사이에는 필드 밖 연습 그린에서도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우선 라운드 시작 전에는 연습 그린에 캐디가 들어갈 수 없다. 비좁은 공간에 선수와 캐디가 뒤엉켜 혼잡스러워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오전에 경기를 먼저 끝냈더라도 오후 마지막 조가 연습 그린에서 나가기 전에는 캐디가 들어가선 안 된다. 오후 조 선수가 경기 직전까지 방해받지 않고 연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단, 비가 올 땐 선수에게 우산을 씌워주기 위해 연습 그린에 들어갈 수 있다.

연습 그린 위에서는 전화 통화도 허용되지 않는다. 선수는 퍼팅 연습을 할 때 한자리에 5~10분 이상 오래 머물지 않는다. 서 있던 자리의 잔디가 눌려 다른 선수의 연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한자리에서 퍼팅 연습을 연속으로 네 번 이상 하는 것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연습 그린에서 선수가 공을 세 개씩 들고 다니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선수가 이 같은 규정을 어긴다고 해서 페널티가 주어지진 않는다. KLPGA 관계자는 “협회에서 연습 그린 에티켓 관련 규정을 따로 만든 건 아니다”며 “선수분과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선수 자체적으로 ‘에티켓 룰’을 만들고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아연(21)은 “캐디가 일찍 연습 그린에 들어오거나 그린 위에서 전화 통화를 하면 (선수분과위원회에) 벌금을 내야 한다”고 전했다. 이런 경우 선수에게 벌금 50만원이 부과된다.

선수의 배려 문화는 필드 위에서도 이어진다. 같은 조 선수가 드라이버샷을 날렸을 때는 ‘굿샷’을 외쳐 준다. 서로 힘을 북돋아 좋은 성적을 내자는 의미가 담겼다. 다른 선수가 공을 잃어버렸을 때도 같은 조 선수가 함께 나서서 찾아주는 것이 예의다. 같은 조 선수를 ‘페이스 메이커’로 여겨 동료가 잘해야 자신도 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포천힐스CC=박상용/조희찬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