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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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반도체 기술·점유율을 놓고 물밑 설전이 오갔다. 삼성전자가 최근 "최첨단 반도체 점유율이 50%를 넘는다"며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SK하이닉스는 "최첨단 반도체 시장 선점했고 기술력도 앞선다"고 맞받아쳤다.

1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2일 서울 모처에서 기관투자가와 증권사 연구원을 대상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주제로 기술 세미나를 열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제품이다. D램을 많이 쌓은 만큼 데이터 저장 용량이 크고 데이터 처리 속도도 빠르다. 제품 가격은 일반 D램보다 6~7배 이상 비싸다. HBM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적자 탈출의 ‘열쇠’로 통한다.

삼성증권은 12일 세미나에서 진행된 SK하이닉스 임원진과의 문답을 보고서로 작성했다. 보고서를 보면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다고 자평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제품 기획과 개발, 제조를 모두 오차 없이 준비한 결과 HBM 시장을 선점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에 대해서는 "HBM 개발이나 상품기획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어 "경쟁사(삼성전자)가 메모리·로직 반도체 공정을 동시에 제공하는 만큼 HBM의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며 "하지만 고객사들은 어느 한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GPU)와 TSMC(파운드리), SK하이닉스(HBM) 등 각 분야에서 시장을 이끄는 업체들의 협업이 더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메모리 사업을 병행하는 삼성전자보다 '메모리 한우물' SK하이닉스를 선호하는 고객이 더 많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HBM 기술력도 삼성전자를 넘어섰다고 자신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경쟁사와는 차별화되는 'MR-MUF' 기술을 개발했다"며 "이 기술을 바탕으로 HBM3(4세대 제품)은 물론 내년 나오는 HBM3e(5세대 제품)의 경쟁력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MR-MUF는 SK하이닉스의 HBM 제작 기술이다. D램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이다. 필름형 소재를 바닥에 까는 방식보다 공정이 효율적인 데다 열 방출도 우수하다.

이처럼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와의 사업 경쟁력을 비교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경우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의 최근 발언에 대한 대응 성격이라는 평가도 있다.

경 사장은 지난 5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행사에서 “삼성전자의 HBM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50% 이상”이라며 “최근 HBM3 제품이 고객사들로부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HBM 경쟁력이 SK하이닉스를 넘어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