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와 주가 급락으로 위기에 빠진 스타벅스가 대대적인 경영 혁신안을 발표했다. 매장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내년 장비 개선 등에 4억5000만달러를 투자한다. 중국에선 향후 3년간 9시간에 1개씩 매장을 늘리기로 했다. 위기를 타개하고자 카페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데 따른 조치다.

中에서 9시간마다 매장 1개씩 늘린다

올 들어 주가 25%↓…스타벅스, 다 바꾼다
스타벅스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 본사에서 격년 주기로 여는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바리스타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 북미 내 매장의 장비 개선에 4억50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달까지 임금 인상과 카페 시설 개선을 위해 1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은 추가 조치다.

이 같은 투자를 통해 음료를 만들 때 얼음을 퍼내거나, 우유를 따르거나, 휘핑크림을 넣는 과정 등을 기계로 처리해 음료 제조시간을 86초에서 35초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바리스타의 손을 거치지 않고 커피를 30초 안에 추출하는 기계도 내년 도입하기로 했다. 디지털 주문 분산 시스템도 적용한다.

스타벅스는 최근 사업 여건 악화로 실적 압박에 시달려왔다. 지난 2분기 매출(81억5010만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지만 순이익은 21% 급감했다. 주가는 연초(1월 3일) 116.68달러에서 지난 13일 87.84달러로 25% 떨어졌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봉쇄 조치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재료비·인건비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발표에서 “회사가 길을 잃었다”며 경영 과오를 시인했다.

경기침체 우려 등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스타벅스는 사세 확장을 통해 정면돌파하기로 했다. 지난해 3만3833개였던 매장 수를 2025년까지 4만5000개로 늘린다. 특히 중국 매장 수는 현재 약 5700개에서 900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9시간에 1개씩 새 매장을 여는 꼴이다. 스타벅스의 매장 증가율은 2017년 9%를 기록한 뒤 지난해까지 7.2%→6.6%→4.5%→3.6%로 해마다 하락했다.

“노조 안 만들면 복지 혜택”

스타벅스는 최근 노조 결성 움직임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바리스타들을 위한 저축 프로그램과 학자금 대출 혜택을 오는 19일부터 도입한다. 노조 활동이 있었던 매장 300여 곳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이다. 스타벅스는 15달러 수준이었던 시급을 지난달 17달러로 인상하기도 했다. 미국 노동관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바리스타들이 노조 결성을 결정한 미국 내 스타벅스 매장은 236곳이다.

대대적인 경영 혁신 전략을 발표했지만 월가의 평가는 유보적이다. 데니스 가이거 UBS 애널리스트는 “스타벅스의 이번 투자로 내년 영업이익 증가폭이 줄어들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새로 선임된 CEO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남아있다. 스타벅스는 지난 1일 영국 생활용품업체 레킷벤키저의 CEO였던 랙스먼 내러시먼을 영입했다. 내러시먼은 음료유통업체인 펩시코에서 근무한 경험은 있지만 카페 사업과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경험이 없다. 스타벅스는 내러시먼이 CEO에 취임하기 전 바리스타 업무를 맡겨 현장 경험을 쌓도록 할 계획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