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만든 KT, 강소기업 에코프로비엠도 '혁신 톱30'에 합류
한국경제신문은 최근 한 달간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대한민국 혁신기업은 어디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객관적으로 혁신기업을 선정하기 위해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 것이다. CEO들의 답변을 토대로 국내 대표 혁신기업 30곳을 뽑았다. 이 중 8곳은 올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CEO들이 직접 뽑은 혁신기업

한경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는 ‘2022 대한민국 혁신기업 30’을 선정하기 위해 100개 기업의 리스트를 CEO들에게 보내 혁신기업을 직접 선택해달라고 했다. 혁신기업은 △정보기술(IT) △플랫폼 △미래 기술 △바이오 등 네 가지 분야로 나눴다.
우영우 만든 KT, 강소기업 에코프로비엠도 '혁신 톱30'에 합류
100개 기업 선별은 최근 매출이 3년 전보다 증가한 기업과 3년 평균 연구개발비가 매출 대비 5% 이상인 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3년 평균 설비투자(CAPEX)가 매출의 10% 이상인 곳도 포함시켰다. 이들 가운데 사업보고서상 혁신 사업을 영위하는 시가총액 상위 기업을 뽑았다. 혁신 사업은 IT, 금융, 바이오, 인터넷·모바일, 미래 이동수단, 친환경, 우주, 가상세계, 게임, 로봇, 빅데이터, 핀테크, 미디어 등으로 구분했다.

설문조사 대상은 리스트에 든 100개 기업 CEO와 국내 자본시장을 이끄는 금융투자업계 CEO 30명이었다. 이 중 응답이 온 121개 설문지를 바탕으로 혁신기업 50곳을 우선 선정했다. 이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점수가 낮은 20곳을 제외해 최종적으로 30개 기업을 추렸다. 한경이 연세대 경영대 동반경영연구센터, IBS컨설팅과 공동으로 만든 ESG 기준을 적용했다. ESG 점수가 낮으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강소기업’ 대거 순위 진입

올해는 콘텐츠 기업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까지 순위에 들지 못한 스튜디오드래곤(11위), KT(16위)가 10위권에 포진했다. 지난해 9위였던 하이브의 올해 순위는 한 계단 오른 8위였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다. CJ ENM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모회사가 tvN, OCN 등의 케이블TV 채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지상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가리지 않고 작품을 공급한다. ‘스위트홈’ 등 대표작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며 K드라마 열풍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KT는 CEO들로부터 ‘가장 극적으로 변신에 성공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기업인 한국통신에서 출발한 KT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유·무선 통신과 인터넷망 사업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 KT가 만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끄는 등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났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9조34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무선·인터넷·유선전화 부문이 여전히 가장 큰 사업부문이지만 성장률은 1.7%에 그쳤다. 이에 비해 미디어·모바일 플랫폼 매출은 2조1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은 9위라는 높은 순위로 올해 혁신기업에 처음으로 선정됐다. 바이오 기업인 에스티팜(27위)과 에이비엘바이오(29위), 반도체 소재 기업 동진쎄미켐(28위)도 처음으로 30위 안에 들었다.

이태훈/서형교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