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러시아 ETF 상장폐지 면했다…"원금 회복은 불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지수 산출방식 변경으로 상장폐지 위험이 발생했던 ‘KINDEX 러시아 MSCI(합성)’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이 유지된다. 다만 스왑(정해진 시점에 약정한 수익률을 제공하기로 하는 장외파생상품) 계약 규모의 71.2%를 청산하기로 해 원금 회복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KINDEX 러시아 MSCI(합성)’ ETF의 상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운용사는 “스왑 거래상대방(증권사) 등과 협의를 진행한 결과 스왑 계약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연장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ETF 거래재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고, 거래정지 해제 시 별도 안내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 ETF는 MSCI가 산출하는 ‘MSCI Russia 25% Capped Index’를 원화로 환산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다. 추종지수 구성종목에 직접 투자하는 실물복제형 ETF와 달리, 합성형 ETF인 이 상품은 거래상대방과의 스왑 계약을 통해 지수 성과를 추종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한투운용은 기존 스왑 계약의 명목금액 대비 28.8% 수준에서 스왑 계약을 유지하기로 했다. 거래상대방은 기존에 헤지를 위해 선물(Eurex MSCI Russia Futures)을 71.2%, 미국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MSCI 러시아 ETF(티커명 ERUS)’를 28.8% 활용했다. 선물이 지난 3월 상장폐지되면서 스왑 계약에서 선물로 운용되는 부분은 청산됐다. 한투운용은 ERUS로 운용되는 잔여 범위(28.8%) 내에서 계약을 연장했다.

앞서 MSCI는 지난달 9일 종가부터 MSCI 모든 지수 내 러시아 주식에 대해 0.00001달러(혹은 러시아 루블) 가격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해당 ETF의 순자산가치(NAV)는 지난달 8일 1만1051.02원에서 지난달 10일 158.11원으로 감소했다.

개인투자자는 지난 2월 초부터 거래정지(지난달 7일) 직전까지 이 ETF를 27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일각에서 상장폐지에 따른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ETF의 상장은 유지됐지만 원금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투운용은 “스왑 계약 규모가 기존 계약의 28.8%로 축소됐기 때문에 기초지수가 과거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한다 해도 ETF의 NAV는 이전 수준을 회복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불안정한 만큼 해당 ETF의 위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한투운용은 당부했다. 이 운용사는 “러시아 주식시장이 정상화되더라도 MSCI가 러시아 주식에 적용하는 가격 체계를 복구하지 않는다면 ETF의 성과는 러시아 시장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며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ETF의 괴리율이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