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20대 대통령 선거 벽보가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20대 대통령 선거 벽보가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9일 대선을 닷새 앞두고 주식 투자자들이 분주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단일화 소식에 관련 테마주들이 요동치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선 대선 테마주들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급락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윤석열 후보 테마주로 꼽히는 NE능률은 장중 20% 넘게 주가가 올랐지만 이날 오전 9시10분 기준으로는 3%가량 빠지고 있다.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되는 노루홀딩스, 덕성, 서연 등도 상승과 하락을 오가고 있다.

NE능률은 최대주주인 윤호중 hy 회장이 윤 후보와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노루홀딩스는 자회사 노루페인트가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한 사실이 알려져 각각 테마주로 분류됐다. 덕성과 서연은 사외이사 등이 윤 후보와 대학 동문이란 이유로 테마주로 엮였다.

이들 종목은 전날 대부분 올랐다. 상승 배경에는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전격 단일화가 있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윤 후보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약속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했ㅆ다.

통상 투자자들은 테마주를 박스권에서 손쉽게 돈 벌 수 있는 단기 투자전략으로 본다. 정치 테마주는 해당 정치인 여론조사 지지율과 등락을 같이하는 경향이 강해 선거가 임박하면 지지율 추이에 따라 후보별 테마주 희비가 엇갈린다.

단일화 소식 이후 이재명 후보의 테마주들은 급락하고 있다. 이 후보의 부동산 정책으로 테마주가 된 이스타코는 전날 8.98% 내린데 1%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이 후보가 공약한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관련 테마주 TS트릴리온도 2% 넘게 하락 중이다.

정치 테마주를 투자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종목의 경우 해당 정치인과 관련이 없음에도 정치 테마주로 편입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정치 테마주로 묶인 상장사가 주가 급등을 반기며 적극 해명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이 틈에 최대주주가 지분 매각에 나서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급등할 때 보유 주식이나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투자자들 시선은 곱지 않다"며 "대주주 등 내부자의 대량 매도는 테마주 급락 신호탄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치 테마주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하락하는 경향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18대~19대 대선 정치 테마주는 선거일이 임박하면 빠르게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게다가 당시와 달리 공매도가 부재해 이번 대선에선 테마주의 주가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가치와 본질적으로 관련이 없는 정치 테마주는 과거 18~19대 대선 때도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며 "확인되지 않은 단순한 정보가 아닌 사실 여부와 이행 가능성 등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