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 /사진=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 /사진=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앞세워 작년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후보물질 탐색부터 시작해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 개발해낸 ‘똘똘한 신약’ 하나가 제약사의 성장을 이끄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 최대 실적이 공개된 8일 SK바이오팜 주가는 9% 가까이 급등했다.

매출 1년 새 260억→4186억 ‘껑충’

SK바이오팜은 이날 작년 매출 4186억원, 영업이익 95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2020년 260억원에서 16배 이상으로 늘었고, 2395억원 영업 적자도 흑자로 돌아섰다. 2011년 회사 설립 후 최대 실적이다.

공신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다. ‘북 치고 장구 치고’를 다 한 덕분이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2001년 후보물질을 발굴해 미국에서 임상과 품목 허가, 판매망 확보까지 독자적으로 해낸 첫 국산 신약이다.

뇌전증 신약 '잭팟'…SK바이오팜, 최대 매출
우선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미국 매출이 1년 전보다 6배 이상 늘어난 782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에만 같은 기간 대비 4배 가까이 늘어난 279억원어치가 판매됐다. 회사 관계자는 “엑스코프리 처방 건수가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출시된 경쟁 뇌전증 치료제의 출시 20개월차 수치를 크게 웃돈다”고 했다.

유럽·중국 진출 효과도 한몫

뇌전증 신약 '잭팟'…SK바이오팜, 최대 매출
세노바메이트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하며 현지 제약사들로부터 받은 계약금 등도 매출로 잡혔다.

세노바메이트(유럽 제품명 온투즈리) 유럽 판매를 담당하는 현지 파트너사 안젤리니파마로부터 작년 3월 받은 마일스톤 1억1000만달러(약 1245억원)가 대표적이다. 안젤리니파마는 작년 6월부터 독일을 시작으로 덴마크와 스웨덴(10월), 영국(12월)에서 세노바메이트를 출시했다. 영국은 유럽 내 최대 뇌전증 치료제 시장으로 꼽힌다.

중국에는 작년 11월 현지 제약사 이그니스에 세노바메이트를 기술수출하며 선계약금으로 2000만달러를 수령했다. 이와 별도로 1억5000만달러에 상당하는 이그니스 지분도 확보했다. 그해 12월에는 캐나다 엔도그룹에도 계약금 2000만달러(마일스톤 별도)를 받고 세노바메이트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지역별 맞춤형 전략으로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美 매출 2배 목표…유럽도 확대

SK바이오팜은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일단 순항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세노바메이트 매출을 작년의 2배 수준으로 키울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세노바메이트의 최대 장점인 발작완전소실률을 내세워 전방위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신경과학회, 미국뇌전증학회 등 권위 있는 학술대회에서 세노바메이트의 장기 유효성과 안전성 데이터를 꾸준히 발표할 계획이다.

올해는 유럽 판매 지역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안젤리니파마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를 비롯해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시장에 세노바메이트를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는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세노바메이트에 그치지 않고 뇌전증 감지와 예측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관련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