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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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과 신라젠 등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수천억원대로 추정되는 범죄수익 환수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현행법으로는 환수를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당이득 산정기준이 미비해 범죄자들이 얼마든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 제출된 부당이득 산정기준 법안은 정치권의 무관심과 기관 간 알력 다툼에 외면받고 있다.

◆부당이득 입법구멍에 환수불능↑

11일 국회에 따르면 불공정거래 부당이득 산정기준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2018년 10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채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달 말 20대 국회가 종료되면 자동 폐기된다.

해당 법안은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얻는 부당이득을 전액 환수할 길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미공개정보 이용과 시세조종(주가조작),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해 ‘1년 이상 징역 또는 부당이득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부당이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과 금융당국은 범죄 혐의자가 불공정거래 행위로 얻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빼는 차액산정 방식으로 부당이득액을 실무상 책정해왔다.

불공정거래 부당이득 산정기준이 법규상 명확치 않다보니 법원이 ‘부당이득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당이득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금융·증권범죄 중점청인 서울남부지검이 담당한 불공정거래 사건 중 ‘부당이득 산정불가’로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은 2014~2018년간 74명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서울남부지법은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의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추징금은 한 푼도 부과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 회장이 허위정보 유포 등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189억원의 부당이득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정상적인 주가변동에 따른 상승분이 포함돼 있어 부당이득액 산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박 의원안은 이 같은 부당이득액 산정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됐다. 우선 부당이득액 산정에는 실무상 적용되고 있는 차액산정 방식을 택했다. 아울러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주가 변동을 외부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엔 입증책임을 스스로 지도록 했다.
정무위 관계자는 “부당이득 산정기준을 마련해 불공정거래 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데엔 여야간 특별한 이견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검찰은 ‘핑퐁게임’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소위 ‘무쟁점 법안’이 발의된 지 1년 넘게 상임위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건 이례적인 일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불공정거래 부당이득 문제와 관련한 검찰과 금융당국 간 협의가 표류하고 있는 점을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부당이득 문제에서 과징금 등 행정제재 강화를 우선시하고 있다”며 “그렇다보니 부당이득 산정기준을 법제화해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선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수년전부터 형사처벌 대상인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도 과징금 제재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재판 등 형사처벌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수년씩 걸리다보니 시장질서 확립과 피해자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당국 조사로 사실관계를 가려낸 뒤 신속하게 과징금 제재를 내리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미 금융위는 2015년부터 불공정거래보다 위법성은 낮지만 시장거래 질서를 교란한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시작했다. 미공개정보를 건네받아 부당이득을 취하거나 호가를 대량 제출 후 반복 정정·취소하는 시세교란 행위 등이 대상이다.

과징금 제재를 불공정거래 행위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2017년 12월 발의돼 정무위에 계류된 상태다. 금융위와 검찰·법무부는 2018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부당이득 산정기준 법제화와 과징금 확대 등을 놓고 협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과징금을 확대할 경우 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 사건 처리를 주도할 것을 우려한 검찰과 법무부의 반대로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자 금융위도 검찰이 원하는 부당이득 산정기준 법제화에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계 당국 안팎의 분석이다. 당국 관계자는 “두 기관이 밥그릇 싸움에 몰두하면서 정작 부당이득 환수 강화는 물 건너간 상황”이라며 “라임과 신라젠 등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마저 입법 미비로 부당이득 환수를 제대로 못하면 씻을 수 없는 실책으로 남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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