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회사채 미매각 발생…IPO 계획은 잇따라 철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회사채와 기업공개(IPO) 등 기업 자금 조달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하나은행과 키움캐피탈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두 종목 모두 모집금액보다 참가금액이 적어 미매각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첫 회사채 수요예측 미매각이다.

신용등급 AA등급인 하나은행 후순위 채권은 3천억원 모집에 참가금액이 2천700억원이었으며, BBB+등급인 키움캐피탈은 모집금액 500억원 중 170억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가 급락과 금리·환율 급등 등 금융시장 패닉으로 회사채 수요예측도 크게 영향받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이어지면 회사채 발행시장도 미매각 발생 등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 있으나, 3월 발행 물량이 거의 없어 일시적으로 발행 시장에서 미매각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17일 수요예측을 하는 AA-등급 포스파워(1건 500억원)를 제외하고는 4월 1일까지 회사채 수요예측이 없다.

3월은 결산실적 발표와 주주총회 등이 있어 전통적으로 회사채 발행이 적은 달이다.

김은기 연구원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과 금융시장 변동 확대로 인한 회사채 수요감소, 기준금리 인하를 지켜보고 발행 계획을 준비하려는 움직임 등을 고려하면 3월 회사채 발행 규모는 예년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상 경기가 안 좋을 때 확대되는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신용 스프레드)도 커지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1.765%,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099%로 마감했다.

신용 스프레드는 66.6bp로 2018년 8월 21일(67.3bp)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최대였다.

신용 스프레드 확대는 국고채보다 수익률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위험한 회사채가 시장에서 외면받아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또 다른 기업 자금 조달 창구인 IPO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IPO를 준비하던 기업 3곳이 상장 일정을 철회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던 LS EV코리아는 지난 13일 IPO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남은 IPO 일정을 취소했다.

이 회사는 LS전선 자회사로 배터리팩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다.

회사 측은 "최근 주식시장 급락 등에 따라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을 고려해 대표 주관사와 협의를 통해 잔여 일정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역시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를 밟던 메타넷엠플랫폼과 센코어테크가 지난 5일 각각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를 철회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주가지수 변동 폭이 커지고 기관 수요예측 참가율도 급격히 하락해 기업 가치 반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점차 기업들이 IPO 일정을 철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