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힘 못쓰는 2차전지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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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 2차전지 TOP 10 지수 16.14% '뚝'
11월 미 대선, GM·테슬라 수요 회복 관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 들어 국내 2차전지 관련주들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이들 종목들은 지난해 전기차 성장 기대감에 고공행진했으나 최근 테슬라와 BYD 등 전 세계 주요 전기차 업체들의 판매 부진으로 배터리 주문량이 줄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수요 회복이 예상되는 올 4분기까지 주가 상승세가 제한될 것으로 예상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2차 전지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이날 0.99% 하락한 4463.59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서 17.71% 내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70%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낙폭이 두드러진다. 지난 3월 단기 고점(25일·5322.83)을 찍었으나 외국인들의 매도세에 두 달도 채 안돼 다시 16.14% 급락했다.

해당 기간(3월25일~5월13일) 외국인들의 순매도 1위와 3위는 각각 2차전지 대표주로 꼽히는 LG화학(-4212억원)과 LG에너지솔루션(-224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KRX 2차전지 TOP 10 지수' 시가총액은 267조1045억원에서 227조963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시가총액만 4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이 기간 'KRX 2차전지 TOP 10 지수' 시가총액 1위 LG에너지솔루션이 7.96% 떨어졌다. 이밖에 에코프로머티(-33.17%), 에코프로비엠 (-27.66%), 에코프로(-26.01%), SK아이이테크놀로지(-25.16), 엘앤에프(-15.99%), LG화학(-15.09%), 포스코퓨처엠(-13.88%), 삼성SDI(-10.90%), SK이노베이션(- 8.42%) 등 구성 종목 전체가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2차 전지주들의 하락은 전방 산업인 전기차 수요 둔화, 배터리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한 실적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기차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다가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국면을 맞아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실제로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전기차 인도량은 38만68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21% 줄어든 1만6425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포드 역시 전기차 부문 손실이 커지면서 배터리 주문을 삭감하기로 해 한동안 배터리 업계 '보릿고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황 악화에 올해 1분기 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실적은 부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15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2% 감소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금액(1889억원)을 제외하면 316억원 적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폭스바겐, 현대차그룹, 포드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도 1분기 29% 줄어든 267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배터리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비엠도 1분기 영업이익이 66억8400억원으로 93.8%% 줄었다. 엘앤에프 역시 1분기 20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2분기 니켈 등 주요 원재료 가격 하락세가 예상된다는 점도 실적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소재업체의 경우 원자잿값 변동폭을 판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원료값이 하락하면 납품가가 떨어지게 된다. 또한, 오는 11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존폐 자체를 뒤흔드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 돼 있다는 점도 주가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IRA를 통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정책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증권가는 올해 2차 전지 관련 기업들이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판가 하락으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국내 양극재 3사의 수익성 개선은 올 3분기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 역시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GM과 테슬라의 수요가 핵심"이라며 "미국 대선 이슈 해소와 GM·테슬라 신차 출시 등이 예상되는 올 4분기에는 본격적으로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