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모태기업으로 올해 창립 66주년을 맞은 SK네트웍스. 1953년 직물회사로 출범한 이래 한국 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해오며 변신을 거듭했다. 6·25전쟁부터 석유파동을 거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까지 여러 차례 국난을 극복했던 한국의 역사처럼 SK네트웍스는 ‘도전과 혁신의 DNA(유전자)’를 바탕으로 위기 속에서도 안정과 성장을 추구해왔다.○전쟁 폐허 속에서 희망의 실 꿰어6·25전쟁 후 폐허로 변해버린 경기 수원의 한 직물공장 터. 폭탄을 맞은 두 개 공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직원들이 먹고 자던 기숙사 건물도 반쯤은 무너져내렸다. 바로 그곳에서 SK네트웍스의 역사가 시작됐다. 18세 나이에 이 공장에 입사해 생산부장까지 지낸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은 “건물을 복원하고 과거보다 더 큰 공장을 세우겠다”는 그림을 마음속에 그렸다.전쟁 후 일자리가 없어진 지역 주민에게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당시 국민 생존에 직결되는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직물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최 창업회장과 동료들은 잿더미 속에서 쓸 만한 부품을 골라 구부러진 것은 펴고 끊어진 것은 이어가며 4대의 직기를 재조립했다. 여기에 16대의 직기를 추가로 조립해 총 20대의 직기를 가까스로 마련했다. 1953년 봄, ‘조선에서 크게 빛난다’는 뜻을 지닌 기업인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은 그렇게 태어났다.SK네트웍스가 창업 초기부터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품질이었다. 섬세한 열처리 과정을 통해 ‘지누시(직물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한 번 빨아 다림질하는 것)’ 없이 바로 재단할 수 있는 ‘닭표 안감’을 선보여 동대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닭표 안감은 1955년 ‘해방 10주년 기념 산업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닭표 안감은 전국적인 브랜드가 됐다. SK네트웍스는 이후 디자인과 품질을 갖춘 봉황새 이불감, 곰보 나일론, 크레퐁, 깔깔이 등을 연속적으로 시장에 선보이며 공전의 히트를 이어갔다. 당시 창업회장과 직원들은 술자리에 함께한 손님에게 “셔츠의 일부분을 잘라도 되느냐”고 묻거나, 시선을 끄는 은행원의 치마를 열 배 넘는 가격으로 구입해 원단을 연구하곤 했다. 수많은 실험 속 시행착오를 통해 나일론 원사를 만드는 최적 조건을 찾고 선진국에 버금가는 가연사(假撚絲)를 생산해낸 열정과 끈기가 이 같은 연속 히트물 제조의 밑거름이었다.○한국 직물 수출 시장 열어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는 직물업계를 비롯한 한국 산업의 불황기였다. 1959년 6월 정부의 대외 통상 중단 조치로 당시 직물업체들의 원사 수입이 막히게 됐다. 같은해 9월엔 예상치 못한 태풍 사라호가 덮쳐 하룻밤에 사망자 529명과 실종자 304명 등 25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3년간 이어진 흉년으로 내수시장이 얼어붙었고 정치적 혼란까지 가중돼온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었다.정부는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그즈음 SK네트웍스는 직물 수출을 타진하며 정부와 함께 위기 극복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대기업 계열의 직물회사들도 못한 수출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부 무역상은 SK네트웍스의 직물 안감에 일본산을 의미하는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을 붙이라고 권하기도 했다.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홍콩 무역회사 등에 ‘닭표 안감’ 견본품을 보내며 노력을 지속한 결과 1962년 4월 홍콩 광홍공사와 거래를 트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직물 수출국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도전적인 결단은 성공적이었다. 현지의 호평을 바탕으로 SK네트웍스는 다음해 전년보다 37배 넘는 42만6000달러의 ‘밑지지 않는’ 수출계약을 따냈다. SK네트웍스는 1963년 ‘제18회 광복절 기념식’에서 한국의 첫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시대에 맞는 새 사업 활로 개척1960년대 들어 직물공장의 한계를 느낀 SK네트웍스는 원사공장에서 봉제공장에 이르는 수직적 다각경영을 구상했다. 1966년 ‘선경 5개년 계획’의 골자다. 자금 조달 및 기술 이전 등 난관을 극복하고 1969년 폴리에스테르 원사와 아세테이트 인견사를 동시에 생산함으로써 국내 1위 원사 업체에 올랐다. 한국 최초 섬유기업집단으로의 도약이었다. 이후 1972년 ‘석유에서 섬유까지’ 계획으로 이어졌다. 외부 환경의 제약 없이 원료부터 제품에 이르는 전 공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체제를 갖추자는 구상이었다.1973년 창립 20년을 맞은 해에 워커힐호텔을 인수한 SK네트웍스는 제품 제조를 넘어 ‘서비스’를 통한 고객과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이로써 한국 관광산업 육성이란 역할을 맡게 됐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을 통해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및 서울 동북권 관광 발전을 이끌었다.나아가 SK네트웍스는 1970년대 국가의 수출 주도 정책에 맞춰 뉴욕과 런던, 시드니 등지에 지사를 개설하며 해외 거래를 확대했다. 1976년 (주)선경으로 사명을 변경해 한국 수공업 제품을 비롯한 각종 생산물을 수출하는 종합무역상사로 변신했다. 그해 수출 1억불탑을 수상한 데 이어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국가 수출 산업과 발걸음을 함께해왔다.2003년에는 생산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는 산업 트렌드에 주목해 기존 상사와 더불어 정보통신과 석유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고객 중심의 글로벌 마케팅 컴퍼니 ‘SK네트웍스’ 시대를 열었다.수원의 직물회사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위기도 없지 않았다. 위험이 함께하는 시기마다 패기로 맞서는 한편 생존을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도 이뤄졌다. 2016년 이후부터는 미래 변화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큰 폭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했다. 사업권 특허 재승인에 실패한 면세사업은 접었다. 그룹의 뿌리로 오랫동안 상징적 의미를 지녔던 패션사업도 매각했다. 더불어 액화석유가스(LPG) 사업을 SK가스에, 석유 도매 사업을 SK에너지에 양도하며 새로운 부활을 준비했다.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과 트렌드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국내외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진 이때 SK네트웍스는 ‘홈 케어(생활가전 렌털)’와 ‘모빌리티(렌터카·차량 정비)’를 미래 성장을 위한 양대 축으로 잡았다.SK네트웍스는 최신원 회장이 대표로 부임한 2016년 말 동양매직(현 SK매직)을 인수해 품질과 디자인 분야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1월엔 국내 3위 렌터카 업체인 AJ렌터카를 인수해 명실상부한 렌터카업계 ‘빅2’ 체제를 공고히 했다.SK네트웍스의 홈 케어와 모빌리티 사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인수 당시 100만 개에 못 미쳤던 생활가전렌털 계정은 170만 개로, 3년 만에 70% 이상 급증했다. 렌터카 사업의 경우 SK렌터카와 AJ렌터카의 내륙 단기 서비스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SK렌터카는 개인·장기 고객 비중이 높고 AJ렌터카는 단기·법인 고객이 많아 통합 시 효과가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SK네트웍스의 실적도 개선되는 추세다. SK네트웍스의 올해 2분기(4~6월)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3% 증가했다. SK매직은 신규 렌털 계정 확대 효과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8.3% 증가한 110억원을 기록했다. 렌터카와 스피드메이트 등 모빌리티 사업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SK매직의 렌터카 및 정비사업 부문도 전년 동기보다 263.7% 증가한 32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SK네트웍스는 지난해 모빌리티 통합 멤버십인 ‘모스트(Most)’를 선보였다. 모스트는 모바일 주유 앱(응용프로그램)인 ‘자몽’과 직영주유소 멤버십 ‘해피오토멤버스’를 합쳐 차량 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엔 인터넷 타이어 쇼핑몰인 ‘타이어픽’도 문을 열었다. 자신의 타이어 사이즈를 기억하지 못하는 고객을 위해 차종과 연식만으로 타이어 규격을 찾을 수 있다. 장착 후 품질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타이어를 무상 교체해주는 30일 무상교환 서비스도 제공한다.SK네트웍스는 이와 함께 세계 최초 사물인터넷(IoT) 적용 차량운행관리시스템이자 법인 카셰어링을 제공하는 ‘스마트링크’와 국내 최초 캡슐호텔인 인천국제공항 ‘다락휴’ 등 시대에 맞는 고객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 행복 크기를 넓혀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 경제발전과 함께 커온 기업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SK네트웍스는 27일부터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대전 등 전국 거점 직영 주유소 15곳에서 전기차 충전 서비스 ‘ev Most’(사진)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ev Most’는 △주유 △렌터카 △세차 △정비 △타이어 △긴급출동 △부품 등을 아우르는 SK네트웍스의 모빌리티 통합 멤버십 브랜드인 ‘Most’의 전기차 충전 사업 브랜드다.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시작하는 이들 거점 주유소엔 급속 충전기 1대씩 총 15대가 설치됐다. 전기차 두 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100㎾급 9대와 50㎾급 6대 등이다. 요금은 ㎾당 173.8원이다.SK네트웍스는 고객들이 충전하며 대기하는 동안 식사나 세탁, 차량 점검, 독서, 휴식 등을 할 수 있도록 주유소 안 또는 근처에 빨래방, 패스트푸드매장, 편의점 등을 입점시켰다.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80%까지 충전하는 데 40분 정도 걸리는 만큼 이 시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이란 설명이다.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