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 27일 오전 11시26분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이 커지면서 PEF 운용사들이 인수한 기업 운영을 자문하는 오퍼레이션(운영) 컨설팅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운영 전문 컨설턴트를 구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전문인력 숫자는 크게 부족해 인력 쟁탈전까지 나타나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맥킨지, 베인앤컴퍼니,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글로벌 컨설팅사와 EY한영 등 대형 회계법인들은 잇달아 PEF 전문 컨설팅 조직을 신설하거나 기존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BCG는 최근 PEF 전담 조직을 새로 구성했다. PEF 전담조직을 운영하는 맥킨지는 업무영역을 전략 컨설팅에서 운영 컨설팅으로 넓혔다. 회계법인 가운데는 EY한영이 운영 컨설팅 전담팀을 꾸렸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 PwC삼일회계법인과 기술 전문 컨설팅 회사 AT커니도 관련 인력을 영입해 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PEF 전문 컨설팅에 앞다퉈 뛰어드는 건 PEF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어서다.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초대형 M&A 10건 가운데 9건이 PEF 관련 거래였다.

수요는 느는데 운영 컨설팅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통적인 전략 컨설팅 업무가 시장 동향 파악, 전략 방향 수립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재무·기획 전문가의 몫이라면 PEF 운영 컨설팅은 투자금 회수(엑시트) 시점까지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현장 운영방식을 바꿔나가는 게 주 업무다.

하지만 제조업 현장 실무를 아는 사람은 컨설팅을 잘 못하고, 컨설팅을 하는 이들은 현장 실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례가 대다수다. 양쪽을 고루 배우고 경험해본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둘 다 할 수 있는 인재를 갖춘 회사에 시장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대표적인 곳이 토종 컨설팅 업체 룩센트다. 이 회사는 ‘공장밥’ 먹어본 컨설턴트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와 회계법인들을 누르고 최근 운영 컨설팅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공학박사 출신인 장준호 룩센트 수석컨설턴트는 작년 말부터 여러 회계법인으로의 이직을 제안하는 헤드헌터의 연락을 일곱 차례나 받았다. 장 수석은 “여기저기서 룩센트 출신을 우대하니 한번 만나보라는 연락이 쏟아져 업무를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스카우트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법정 분쟁 직전까지 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룩센트는 최근 공격적으로 운영 컨설팅 업무를 확장하는 EY한영의 영국 본사에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EY한영이 영입한 룩센트 임직원 일부가 고객 정보가 담긴 회사 자료를 빼내갔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해당 임직원들이 ‘룩센트에서 가져간 자료를 파기하고 업무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서야 분쟁이 무마됐다. EY한영 관계자는 “인력 스카우트 업체가 룩센트 소속 임직원과 접촉한 사실을 알고 룩센트 인력을 선발할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