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막을 올린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완화에 대한 합의가 나올 것이란 기대가 무르익으면서 남북한 경제협력 관련주 등에 투자하는 통일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선언적 의미가 있었다는 정도로 평가받는 작년 6월 1차 회담에 비해 구체적으로 진전된 합의가 이뤄진다면 경협 관련주도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에 투자자들이 ‘하노이 담판’을 주시하고 있다.
'평화 봄바람' 탄 통일펀드…계속 달릴까
통일펀드 수익률 ‘쑥’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통일펀드로 분류되는 ‘KB 한반도신성장펀드’는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12.67%(A클래스 기준)의 수익을 올렸다. ‘하이 코리아통일르네상스펀드’도 이 기간 10.72%의 수익을 냈다. ‘삼성 통일코리아펀드’와 ‘신영 마라톤통일코리아펀드’도 각각 8.63%, 7.92%의 수익을 냈다. 평균 9.98%로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전체의 평균 수익률(7.99%)을 웃돈다. 다만 아직 작년 증시 하락 여파를 해소하지 못해 4개 펀드 모두 최근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통일펀드는 남북 경협 수혜주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는 게 기본 운용 방침이지만 다른 주식형펀드와 마찬가지로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를 상당 부분 편입한다. 시장 전반의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고, 남북 경협주 특유의 큰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수익률이 선방한 것은 이들 펀드가 올 들어 급등한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많이 편입한 영향이 컸다. 경협 수혜주로 꼽히는 현대건설이 해외 수주 증가에 대한 기대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현대차그룹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기 착공 가능성 등의 호재로 연초 이후 13.9% 상승한 것도 펀드 수익률에 일조했다.

“대북 제재 완화 전제…긴 호흡 필요”

투자 전문가들은 남북 경협주 주가가 당분간 좋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6월 열린 1차 미·북 정상회담 전후를 보면 경협주 주가는 회담 3개월 전부터 서서히 상승해 회담 후 30거래일 뒤에 가장 높았다”며 “기업이 대북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그것이 기업 실적에 영향을 주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적정 주가를 논하기 쉽지 않지만 테마주라는 관점에서의 추가 상승 여력은 남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협 활성화의 전제조건은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다. 이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 조건이 충족된다면 관광·인프라·철도·개성공단 관련주 등이 경협 관련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남북 경협의 첫걸음이 될 가능성이 높은 관광산업에선 금강산 관광 사업권 등 7대 대북사업권을 보유한 현대아산의 모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금강산 관광지구 안에 리조트를 둔 아난티 등이 수혜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 부문에선 현대건설과 한국가스공사, 철도산업에선 현대로템대아티아이,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해선 대표적 입주 기업인 제이에스티나 등을 관련 종목으로 꼽았다.

통일펀드로 경협 테마에 투자하려는 경우엔 펀드 포트폴리오가 경협 관련 중소형주보다 산업재 중심의 대형주로 많이 구성돼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기대감으로 상승하는 단계라 경협의 가시적 결과가 나와야 통일펀드가 본격적으로 힘을 받을 것”이라며 “긴 호흡의 중장기 투자가 필요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