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이어 또 다른 대형 바이오기업을 정조준하면서 주식시장과 바이오업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정치권서 불거진 회계 의혹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 관련 회계 위반 정황을 포착하고 최근 감리에 들어갔다. 올초 셀트리온 감리에서는 아무런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한 특정 거래의 회계기준 위반 혐의를 집중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셀트리온과의 국내 판매권 거래 회계처리가 쟁점이 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6월 말 셀트리온에 국내 판매권을 218억원에 되팔고, 이를 매출로 인식했다. 이 거래에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거래가 영업손실을 숨기기 위한 분식 회계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 2분기에 15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국내 판매권 거래로 적자를 면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계열사 간 판매권 거래를 매출로 인식한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즉각 반박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고위 관계자는 “사업 목적에도 판매권 거래가 포함돼 있고, 판매권 반환 의무가 없는 거래는 매출로 잡는다”며 “유럽 파트너에 판권을 넘길 때도 기타매출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국내 판매는 셀트리온에서 제품을 받아 셀트리온이 직접 지배하는 셀트리온제약에 공급하는 ‘삼각 거래’여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국내 거래 구조를 단순화하고 해외 시장에 판매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거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상장 1년여 만에 또 감리
금감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채권 회수 기간이 길어진 부분에 대해서도 가상 매출이 있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복제약) 연구개발(R&D)과 생산을 맡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국내외 제품 판매를 전담한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두 회사를 각각 서정진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독특한 구조 때문에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할 의무가 없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 의약품을 재고로 쌓아두고 해외 거래처에 판다. 3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은 1조751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램시마 등에 대한 해외 판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수년 전 불거졌던 실적 논란은 가라앉은 상태다. 특히 지난해 7월 코스닥시장 상장에 앞서 한국공인회계사회 감리를 받으면서 시장 우려를 떨쳐냈다.
하지만 상장 1년6개월도 지나지 않아 금감원이 감리에 나서면서 시장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의심 가는 부분이 있지만 아직 확인하는 단계여서 공개할 수는 없다”며 “혐의가 있는 부분이 상장 전부터 이뤄졌는지 등도 현재로선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가상 매출’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상장하면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수혈받았기 때문에 수익성 관리 등을 위해 일부 유통사와 계약 조건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매출채권의 회수 기간을 연장한 것”이라며 “최근 5년 동안 파트너사로부터 회수하지 못한 채권이 단 한 건도 없고, 연체가 발생한 채권도 없다”고 말했다.
다시 움츠러든 바이오주 투자 심리
시장과 바이오업계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공교롭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거래 재개된 날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7.79% 급반등한 반면 셀트리온헬스케어(-12.04%), 셀트리온(-10.02%) 등은 급락했다.
금감원의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회계 감리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금융당국의 대형 바이오기업 감리가 연달아 이뤄지는 데다 감리 결과가 나오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려 바이오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관련주에 투자하는 헬스케어 펀드 가입자가 되풀이되는 불확실성에 떨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10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유지를 결정하면서 한시름 놓나 했지만 곧바로 대형 악재가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업체인 셀트리온헬스케어 회계감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11일 알려지며 투자자들이 다시 긴장하고 있다.11월 ‘반짝’했다가 다시 부진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헬스케어 테마펀드 22개는 최근 석 달간(지난 10일 기준) 10.27% 손실을 봤다. 설정액이 1000억원 이상인 대형 헬스케어 펀드의 손실이 특히 컸다. 이 기간 ‘DB바이오헬스케어펀드’(1090억원)는 14.11%(A클래스 기준), ‘미래에셋한국헬스케어펀드’(1053억원)는 14.58% 손실을 입었다.경기 둔화와 금리 인상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회계감리 결과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헬스케어 관련주가 지난 10월 큰 약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10월 한 달간 헬스케어 펀드 22개는 평균 17.78% 손실을 냈다.11월 성적은 괜찮았다. 한 달간 평균 6.71% 수익을 올렸다.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 수출과 판매 허가 획득, 정부의 산업 육성 의지 등 잇단 호재 덕분이다. 미국 제약사 얀센바이오텍과 1조4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유한양행은 지난달 35.8% 급등했다. 대웅제약도 미국 진출 기대에 34.4% 올랐다. 금융당국이 4월부터 연구개발(R&D) 비용 관련 감리를 벌인 제약·바이오 기업 10곳에 내릴 징계가 경고 등 가벼운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 것도 투자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바이오 종목 간 주가 차별화될 듯지난달 28일 금융당국이 감리한 10개 업체에 경징계를 내린 것으로 제약·바이오 기업의 회계 처리 이슈는 일단락되는 듯했다.하지만 금감원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 정황을 포착하고 감리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투자 심리는 다시 얼어붙고 있다. 이달 들어 평균 1.53% 손실을 보고 있는 헬스케어펀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기초체력이 탄탄하고 가시적 실적을 내고 있는 업체 상당수의 주가가 이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켤 것으로 기대했는데 또 다른 불확실성이 불거졌다”고 말했다.증권가는 개별 종목 장세를 전망한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까지 헬스케어 업종은 한 종목에 호재가 발생하면 비슷한 종목이 다같이 오르는 모습을 보여 왔지만 앞으로는 호재를 가진 개별 종목을 중심으로 각기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들은 개별 종목을 둘러싼 이슈를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미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을 주축으로 글로벌 헬스케어주를 담는 해외 헬스케어 펀드는 국내 헬스케어 펀드에 비해 성과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진 연구원은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가 많이 담고 있는 화이자, 존슨앤드존슨 등 미국 전통 제약주는 세계 시장에 뿌리내린 기업인 만큼 단기간 고속 성장하진 않아도 소폭씩 꾸준히 오른다”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말했다.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간선거에서 가장 부각된 공약이 헬스케어 관련 정책”이라며 “관련 정책이 본격 추진되면 헬스케어주가 미국 시장의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19거래일 만에 주식 거래가 재개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1일 18% 가까이 급등했다. 장중엔 25% 넘게 뛰어올랐다. 상장폐지 관련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바이오의약품 수탁생산(CMO)에 강점을 가진 이 회사로 투자자들이 몰렸다는 분석이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거래 정지 전보다 5만9500원(17.79%) 오른 39만4000원에 마감했다.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장 초반엔 42만원(25.56%)까지 급등했다. 개인은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909억원(순매수 1위)어치 사들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배력 관련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내리면서 주식 거래가 정지됐지만, 전날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의 상장유지 결정으로 이날 거래가 재개됐다.증권가에선 상장 불확실성 해소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상승 여력이 커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장유지 결정으로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며 “기존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실적 위주의 투자 판단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뿐 아니라 CMO 사업도 하고 있어 안정적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간 36만L 규모의 글로벌 1위 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췄다”며 “내년 말 4공장 증설 여부도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만드는 휴미라(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임랄디’가 유럽에서 선전하고 있는 점도 기대 요인이다.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 등에 따르면 임랄디는 지난 10월 유럽 시장에 공식 출시된 후 독일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약 62%(11월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당국과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고, 최근 바이오시밀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점 등은 유의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 목표 주가를 61만원에서 44만원으로 낮췄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과의 마찰이 영업·수주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d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국내 바이오 쌍두마차인 셀트리온까지 회계당국의 표적이 되면서 국내 바이오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연구개발(R&D)비 회계처리를 둘러싼 테마감리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 분식회계 판정에 이어 셀트리온 관계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까지 회계 문제로 감리를 받으며 한국 바이오산업의 신뢰도가 급전직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바이오업계는 최근 물꼬가 트인 기술수출이 타격을 입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올 들어서만 바이오 기술수출이 5조원을 돌파하는 등 상승 무드가 조성된 데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을 주도하면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입지를 높여 놓은 효과가 적지 않았다”며 “두 회사가 모두 회계 문제에 연루돼 한국 바이오산업의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일각에서는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의지가 있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바이오 수출은 5조원을 돌파하는 등 수출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정부가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바이오 투자 열기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인데 또다시 회계 문제가 불거지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까 염려된다”고 했다.정부가 전 정권에서 급성장한 대표 바이오 기업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다른 바이오 기업들에 위기 의식을 조장하고 본보기를 삼겠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올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가 불거졌을 때 금감원의 다음 타깃은 셀트리온이라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이야말로 정부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수출에도 기여하고 있는데 영업활동과 아무 관련이 없는 회계 문제로 발목 잡는 것은 부당하다”며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투자해 애써 키워놓은 바이오 기업을 죽이는 것”이라고 토로했다.양병훈/전예진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