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러시아에서 한창 열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 수억명이 지켜보는 월드컵과 증권시장은 과연 관계가 있을까요?

유럽중앙은행(ECB)의 연구에 따르면 실제 월드컵 경기는 세계 주식 시장의 거래량을 줄이고, 주가 움직임을 축소시키며, 뉴스에 대한 주가 민감성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마디로 하면 증시 투자자나 트레이더들이 경기를 보느라 주식 거래에 신경을 덜 쓴다는 게 사실로 드러난 겁니다.

ECB는 지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월드컵이 열렸을 때 참가한 미국 독일 프랑스 브라질 등 15개국 증시의 사례를 분석했습니다.

당시 해당국가의 월드컵 경기가 열리면 해당국 주식 시장의 거래횟수는 평균 45% 감소했고, 거래액수로는 더 많은 평균 55%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축구에 대한 열정이 높은 남미에서 두드러졌습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거래량은 각각 75%, 80%가 줄었습니다. 반면 유럽과 미국 주식시장의 거래량은 각각 38%, 43%가 감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특히 해당국가가 골을 넣는 순간에는 거래액수가 5%가 더 줄었습니다. 연구를 이끈 마이클 어만 ECB 당시 통화정책연구책임자는 “월드컵 경기가 시작되면 투자자들은 다소 산만한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드컵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 골을 넣으면 거래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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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월드컵 경기는 주가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월드컵 경기 동안 해당국 국내 증시의 수익률은 세계 증시의 평균 수익률보다 20%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즉 해당국 증시와 세계 증시간 디커플링이 발생한 겁니다. 세계 증시의 수익률이 미미했을 경우엔 그 편차는 40%까지 커졌습니다. 세계 증시가 경제 이벤트로 움직일 때 경기가 열리는 나라 증시는 덜 움직였다는 뜻입니다.

ECB는 “월드컵으로 인한 증시 거래량 감소는 통상 점심 시간에 거래량이 줄어드는 수준과 비슷하다”면서도 “평상시 점심 시간에는 세계 증시와 수익률이 차이가 나는 경우는 없지만 월드컵 경기 때는 달라진다”고 분석했습니다.

ECB는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축구 본선 64경기를 TV로 보는 인원은 100억명을 넘고, 결승전 시청자는 7억명에 달한다”며 “월드컵 기간에는 경기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에 무관심해지는 경향이 크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미국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지역 예선에서 탈락한 겁니다. 한국도 세 경기 모두 증시가 폐장한 뒤 저녁에 열립니다. 뉴욕 증시나 서울 증시나 월드컵의 영향은 아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