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최경주(47)는 성실을 무기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8승을 일궈냈다. 2000년 미국 무대에 정식으로 데뷔한 뒤 18년째 시드를 잃지 않고 PGA 투어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444개 대회에 출전해 상금만 3217만달러,우리돈 약 346억원을 벌어들였다.

성실함은 비거리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무대 진출 초기 그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265야드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그는 비거리 280야드를 쉽게 찍는다. 스무살도 더 어린 ‘영건’들이 득실거리는 국내 투어(코리안 투어)로 따지면 비거리 랭킹 35위에 해당하는 거리다. 2003년은 최경주의 장타가 정점을 찍었던 해다. 294.7야드로 장타 서열 30위까지 올라갔다. 하루도 빼먹지 않는 스트레칭과 근력운동 덕분이다.

최경주는 5년 전인 2012년까지만 해도 매년 280야드대를 유지했다. 이후 점점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해 270야드대까지 떨어지자 그는 운동량을 더 늘렸다. “몇년 후면 시니어 투어에 루키로 데뷔하게 될 텐데,비거리가 줄면 안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는 게 주변 지인들의 전언이다. 비거리를 위해서라면 장비,공,스윙 등 변화를 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수시로 바꿔 변덕이 심하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변화와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골프 다이제스트도 꾸준히 늘고 있는 최경주의 비거리에 주목했다. 지난해 드라이버 비거리가 늘어난 PGA 투어 골퍼 중에 최경주를 8위(1위는 로리 매킬로이:306.8야드에서 317.2야드로 3.39% 증가)에 올린 것이다. 최경주는 2016년 평균 275.3야드였던 비거리를 올해 282.2야드로 약 7야드가량 늘렸다. 비율로 따지면 2.51%의 비거리 증가다.

비결은 세 가지 정도가 꼽혔다. 첫 번째가 스윙교체다. 최경주는 “아프지 않고 비거리를 낼 수 있는 형태로 스윙 교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하체를 많이 꼬는 대신 몸통과 하체가 같이 돌아가는 ‘몸통스윙’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몸통 밖으로 길게 빼는 테이크 어웨이도 작게 조정했다. 통증이 없어 스윙이 편해졌고,스윙 스피드까지 늘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가 장비 튜닝이다. 최경주는 드라이버 샤프트를 65g으로 가볍게 했다. 클럽 로프트각도 10.5도에서 11도로 약간 높였다. 비거리에 필요한 탄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샤프트도 일반제품보다 0.75인치 긴 제품을 쓴다. 역시 비거리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마지막이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이다. 그는 지난해보다 약 7kg을 뺐다. 불필요한 지방을 줄여 활동성을 높인 것이다.

한 피트니스 전문가는 이런 그의 노력을 ‘PGA 투어의 연구대상’이라고 평했다. 40대에 접어들면 비거리가 쪼그라드는 게 정상인데, 오히려 늘었다면 20,30대 후배들보다 2배 이상 피나는 노력을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골프 다이제스트가 꼽은 비거리 증가 10걸 가운데 최경주의 나이가 가장 많다. 탱크의 롱런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