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진 한국투자신탁운용 해외픽스드인컴운용팀장 "미국·유럽 우량 회사채·신흥국 채권 유망"
“내년에는 미국·유럽의 투자 등급 회사채와 미국 달러화 표시 신흥국 채권이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윤진 한국투자신탁운용 해외픽스드인컴운용팀장(사진)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금리가 동반 상승(채권 가격 하락)하는 시기에는 기관투자가들이 수익률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이자율이 비교적 높은 채권을 집중 매수하는 경향이 있다”며 “투자 수요가 많아질수록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자본손실을 볼 가능성도 작아진다”고 말했다.

2006년 프랑스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SG)에 크레디트(신용) 애널리스트로 입사한 김 팀장은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을 거쳐 2013년부터 한국운용에서 해외 채권 펀드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그가 운용 중인 ‘한국투자달러표시우량채권목표전환형’ 펀드는 지난해 11월 출시된 뒤 10개월 만에 목표 수익률 4.5%를 달성했다. 팀원 3명(애널리스트 1명 포함)과 함께 운용하는 펀드 총 설정액은 약 6500억원이다.

김 팀장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말까지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1.00~1.25%에서 1.50~1.75%로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점도표(기준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나타낸 도표)에 나타난 기준금리 인상 예상 횟수(내년 말까지 네 차례)보다 두 차례 적다. 그는 “Fed가 경기 회복을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경기 전망이 반영되는 장·단기 금리 격차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도 이런 견해를 뒷받침한다”고 했다.

지난 9월 초 Fed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0.8%포인트 넘게 벌어졌던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와 2년 만기 국채 간 금리 격차는 이달 들어 0.5%포인트대 중반까지 좁혀졌다. Fed의 통화정책 결정 주요인인 미국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지난 7~10월 월평균 전년 동기 대비 1.35% 올라 Fed의 물가상승률 목표치(2%)를 크게 밑돌았다. 김 팀장은 “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당초 시장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채권 투자하기에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다”며 “세계 기관투자가들의 수요가 몰리는 미국·유럽의 투자 등급 회사채에 투자해 연 3~4% 수익을 노려볼 만하다”고 했다.

김 팀장은 신흥국 채권에 투자할 때는 현지 통화보다는 달러화로 발행된 채권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신흥국 현지 통화 채권은 환 위험 헤지(회피)가 돼 있지 않아 환차손을 입을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 강세에 힘입어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통화 긴축’에 들어가면 이들 국가 통화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 팀장은 또 “‘해외 채권’ 하면 브라질 헤알화 표시 국채만 떠올리는 개인투자자가 많다”며 “브라질 국채는 헤알화 가치 변동에 따른 환차손 위험이 큰 만큼 ‘안전한 채권’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흥국 달러 표시 채권 중에서도 중국이나 중남미 국가 정부나 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유망 투자처로 꼽았다. 달러 표시 채권의 수익률은 발행 국가의 시장 금리와 통화 가치가 아니라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화 가치 추이에 따라 움직인다.

김 팀장은 내년에 달러화 가치가 지금보다 더 낮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8일 현재 93)는 내년 말까지 90~95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연 1.50%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내년 말까지 한 차례(0.25%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팀장은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Fed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이라며 “내년에 한은이 Fed보다 기준금리를 더 많이 올릴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