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의 가격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움직임에 2년여 만에 배럴당 60달러 선을 넘어섰지만 WTI 가격은 미국 산유량 증가 전망에 55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두 유종의 가격을 추종하는 원유 재테크 상품 수익률에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WTI 선물 가격은 지난 3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55.64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날 배럴당 62.07달러에 마감한 브렌트유 선물 가격보다 7달러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OPEC과 러시아 등이 내년 3월까지로 약속한 원유 감산을 내년 말까지 연장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WTI는 미국이 셰일 오일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려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말했다. WTI 가격은 국내에서 기준 유가로 삼는 두바이유 가격(58.93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제 원유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도 기초 자산으로 삼는 원유 종류에 따라 수익률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신한 브렌트원유 선물 ETN(H)’은 지난 6월21일 이후 이날까지 32.35% 상승했다. 반면 WTI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신한 WTI원유 선물 ETN’과 ‘TIGER 원유선물Enhanced(H)’ ETF의 이 기간 상승률은 22.59%와 10.10%에 그쳤다.

원유 관련 ETF와 ETN은 같은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이라고 해도 투자 전략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 신한 WTI원유 선물 ETN은 최근월 원유 선물에 투자하고 매달 만기를 연장한다. 거래 비용이 크지만 현물 가격의 움직임을 잘 반영하는 편이다.

반면 TIGER 원유선물 ETF는 만기가 먼 원(遠)월물에 투자한다. 거래 비용은 낮지만 급등하는 현물 유가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