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가연계증권(ELS)의 대체 상품으로 밀고 있는 손실제한형 상장지수증권(ETN)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뜨겁다. 당국은 새로운 상품이 ELS 수요를 일정 부분 흡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만큼의 수익률이 나오기 힘들고, 금융회사들이 새 상품을 공격적으로 팔 만한 유인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안전망 위해 수익률 희생

증권사 "손실제한형 ETN 매력 없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파생상품 경쟁력 제고 및 파생결합증권 건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시장 규모가 68조원에 달하는 ELS를 대신할 ETN을 내년 1분기 중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ETN은 특정 지수 움직임을 그대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상장지수펀드(ETF)와 비슷하다. 금융당국은 기존 ETN에 파생상품을 섞을 계획이다. ETN이 추종하는 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도 원금의 70~90%를 건질 수 있도록 콜옵션을 매수하는 전력을 병행하겠다는 설명이다.

손실제한형 ETN은 투자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상품이다. 기초자산의 가격에 비례해 가격이 매겨지고 기초자산은 한 종류만 쓴다. 2~3개 기초자산을 동시에 편입하는 ELS보다 생각해야 할 변수가 적다. 기초자산이 폭락했을 때 ‘안전망’이 있다는 점도 매력요인으로 꼽힌다.

단점은 수익률이다. 수익률 방어장치를 마련하는 데 비용이 드는 탓에 일반적인 ETF나 ETN보다는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추종하는 지수가 10% 오를 때 손실제한형 ETN 기준가는 6~7%만 오른다고 이해하면 된다.

코스피지수처럼 움직임이 둔한 지수를 활용하면 기대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세장을 맞아 코스피지수가 2200까지 오른다고 가정해도 지수 상승률은 5% 남짓에 불과하다. 손실제한 장치를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안한 실제 수익률은 연 3%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 횡보장에서도 연 6~7%를 노릴 수 있는 ELS와 비교하기 힘든 조건이다.

◆정상적인 가격 형성 어려워

손실제한형 ETN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투자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상품 매력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대 손실폭 300원에 기준가 1000원으로 시작한 ETN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기준가가 1000원일 때 이 상품을 사들인 투자자는 손실제한폭이 30%다. 하지만 기준가가 1100원으로 오르면 손실제한폭이 36%로 확대된다. 한 증권사 파생담당 연구원은 “시시각각 세부 조건이 달라지는 상품이라면 정상적으로 가격이 형성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ETN을 적극적으로 판매할 금융회사가 없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ELS는 판매사들이 반기는 상품이다. 투자 원금의 1% 안팎을 수수료로 받을 수 있어서다. 반면 ETN은 판매사가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이 미미하다. 한 증권사 판매창구 직원은 “회사 이익을 줄여가면서 ELS 대신 손실제한형 ETN을 팔려는 금융회사가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