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업황 힘들 때일수록 '평판' 관리하자…동국제강·두산重, 회사채 현금 상환
마켓인사이트 2월3일 오후 2시10분

동국제강 두산중공업 현대산업개발 등 업황 부진 업종의 A등급 기업들이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대규모 회사채를 속속 현금 상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찌감치 자금 조달에 나선 덕에 현금보유량이 넉넉한 편이란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일부 기업은 차환 발행이 자칫 실패할 경우 시장 평판만 나빠지는 부작용을 우려해 일단 보유 현금으로 상환한 뒤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으로 분석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오는 28일 3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동국제강(신용등급 A0) 관계자는 3일 “회사채를 차환 발행하지 않고 보유 현금으로 상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작년 9월 말 현재 현금 2190억원, 금융기관예치금 6113억원 등 현금성 자산 8303억원을 갖고 있다.

동국제강은 A등급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2012년 10월 운영자금 확보 목적으로 3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보유 현금을 일정 규모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동국제강은 이달 중 회사채를 갚고 나면 오는 9월(2500억원)까지는 만기상환할 채권이 없다.

두산중공업(A+)도 오는 10일 만기가 되는 회사채 2000억원을 전액 현금 상환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은 작년 12월12일 자사주 950만주(8.98%)를 블록딜(대량 매매)로 매각해 3023억원을 확보했다. 두산중공업은 2012년 11월 2000억원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이후 추가 발행하지 않고 작년 1월(2000억원)과 4월(1000억원) 만기도래한 회사채를 모두 현금으로 갚는 등 차입금 축소 행보를 이어왔다.

현대산업개발(A0)도 이달 25일이 만기인 3500억원 회사채 중 2500억원을 현금 상환할 방침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작년 10월 이 회사채 일부를 상환하기 위해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작년 9월 말 현재 현금 363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외에 업황 부진 업종에 속하면서 이달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동부제철(BBB-·900억원)과 (주)한라(BBB0·1300억원)는 정부가 마련한 ‘회사채 차환지원제(일명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만기 회사채를 상환할 계획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음식료 금융 등 내수기업은 A등급이라도 회사채 매수세가 넘쳐나지만 건설 해운 철강 조선 항공 등 이른바 ‘취약업종’은 같은 A등급이라도 기관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며 “취약업종 기업 중 현금 사정이 넉넉한 회사들은 일단 현금 상환을 선택하고 추후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금 조달 시장이 개선되지 않으면 정부가 마련한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신청하는 A등급 기업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상열/하헌형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