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확장적 통화정책에 한국도 방어전선 구축에 적극 나섰다. 미국 유럽 등이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일본 아베 정부까지 무제한 돈풀기를 공언하고 나서자 더 이상 방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경제계도 가파른 원화 강세를 방치할 경우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공개적으로 “원화강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 직후 기자들에게 “(원화강세 대책은) 준비가 다 돼 있다. (발표) 시점은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예정에 없던 것으로, 전날 일본 중앙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 발표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장관은 이날 포럼에서 “확장적 통화정책은 단기적으로 경기 부양에는 도움이 되지만 국채이자 상승 등 중장기적으로 적잖은 비용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며 일본을 우회적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외화규제 3종 세트를 강화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지만 추가적인 규제 방안은 기존 ‘거시건전성 3종 세트’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될 전망이다. 거시건전성 3종 세트는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 비율인 선물환 포지션 한도와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을 일컫는다.

정부는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추가로 축소하거나 한도 산정기준을 현행 직전 1개월 평균에서 매 영업일 잔액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국인 채권투자 세율을 높이거나 외환건전성 부담금 요율을 인상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들 규제 외에 새로운 대책까지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에 대한 신규 규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인 토빈세 도입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정책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을 포함해 국민적 공감대가 모아져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거래되는 단기 국제자본 규모는 평균 1조5000억달러에 이르며, 여기에 0.05%의 거래세만 부과해도 빈번한 자금이동을 어느 정도 차단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정환/이심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