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에게 길을 묻다④]황성호 우리證 사장 "새로운 투자 트렌드 발굴할 것"
"변화무쌍한 최근 증시에선 새로운 투자 트렌드를 찾아내야 합니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주식시장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성공투자의 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31일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 "갈수록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할 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향후 새로운 투자 트렌드가 나와야 국내 자본시장 업계도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특히 '재테크의 최종병기'로 불리는 헤지펀드(hedge fund) 시대가 활짝 열린 데다 대형 투자은행(IB) 사업의 본격화로 국내 투자업계는 '신(新) 시대'를 개척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한 해다.

황 사장은 이에 따라 최우선 사업 과제로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을 혁신해 어려운 시장 상황을 극복한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IB사업의 시장 내 확고한 '1등' 위상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신규 비즈니스 선점을 위한 기반을 공고히 해 나간다는 게 황 사장의 계획이다.

그는 "또 다른 먹거리인 프라임브로커리지(prime brokerage) 서비스를 차별화 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한국시장을 대표하는 헤지펀드도 육성할 것"이라고 주된 사업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시장성 있는 창의적인 신 투자 상품을 개발해 투자자들에게 제시해 주고, 장기투자형 상품을 확대해 건전한 투자문화 확산에도 앞장 서겠다는 포부다.

◆"시스템 트레이딩 관심가져 볼 때"…ETF 분할매수 전략

황 사장은 올해 주식시장을 다소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 요인이 존재하지만, 이를 방어해 내기 위해 수많은 국가들이 양적완화와 경기부양책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

또 인위적인 경기부양책 효과도 최대 6개월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상반기까지 글로벌 경기 모멘텀(상승동력)은 지속될 것으로 황 사장은 내다봤다.

그는 다만 하반기부터 유럽 은행권의 자본확충 과정에서 겪게 될 진통과 미국 정부의 긴축 시작 그리고 대선 정국이라는 불투명성이 자리잡고 있어 조정 국면이 전재될 것으로 우려했다.

황 사장은 이렇게 내부 및 외부 변수에 따라 국내 증시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은 지금부터 확실한 자산배분 전략을 준비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 세계 변수들이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게다가 투자 도중에 손실이 나면 공포스럽고, 반대로 수익이 나면 욕심이 생겨 매수와 매도 시점을 결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인덱스 자산인 상장지수펀드(ETF)의 분할매수를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황 사장은 조언했다. 무엇보다 자사의 ETF 투자 솔루션인 '스마트 인베스터' 상품이 향후 새로운 투자 트렌드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스마트 인베스터'는 투자자들의 종목선정과 매매타이밍을 포착해 도움을 주기 위해 고안된 특허 상품으로, 본인이 정해놓은 지수의 변동 폭에 도달할 때마다 ETF를 분할 매수한 뒤 목표수익을 달성하면 매도하도록 손쉽게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인들도 사용하기 쉽게 만든 일종의 시스템 트레이딩 상품"이라고 덧붙였다. 황 사장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판매 중인 이 상품에 '1호 가입자'다.

◆"토종 헤지펀드 운용시 1000억 이상 투자할 것"

황 사장은 올해가 '한국형 헤지펀드 원년'인 만큼 적극적인 투자 계획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체적으로 헤지펀드 운용은 물론 IB사업과 연계해 프라임브로커리지 서비스를 본격화 한다는 방침이다.

황 사장은 "이미 4년 전인 2008년부터 아시아 금융선진국인 싱가포르에 헤지펀드 운용사를 설립해 글로벌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했다"며 "현재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치열한 경쟁으로 재간접 헤지펀드(펀드 오브 헤지펀드) 운용과 시딩투자 등 새로운 선진형 헤지펀드 비즈니스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헤지펀드 산업에서 시장 선점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우리투자증권은 특히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 부문에서도 현재 8개 헤지펀드 운용사 중 5개 운용사(미래맵스,미래자산, 신한bnpp, 한국투자, 한화자산)와 프라임브로커 계약을 맺었다.

황 사장은 또 헤지펀드 운용을 위해 100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헤지펀드 운용 부문의 경우 과거 안정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는 AI(대안투자) 그룹의 모델을 그대로 적용할 계획"이라며 "초기 자체 운용 규모는 약 2000억원 정도를 계획 중이고, 이 중 절반 이상을 직접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년 간 우리투자증권 AI 그룹은 10여 개의 운용전략을 통해 어려운 시장 여건에도 불구하고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26%와 1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운용전략과 운용인력의 연속성을 위해 현재 내부의 운용 인력을 모두 활용할 계획으로 알려졌고, 운용 초기에 필요한 적응 시간을 최소화 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영업력을 높이는 일도 올해 황 사장의 고민이다. 그는 "홍콩과 중국을 중심으로 금융투자업 전 부분에 걸쳐 비즈니스 라인(Business Line)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면서 "계열사의 해외 네트워크들과 시너지를 내는 동시에 글로벌 제휴사들과 연계 영업을 확대해 해외 시장에서 영업력을 강화시킬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 코스피 2300까지 오를 수 있어…IT·車·인플레이션 수혜주 긍정적

황 사장은 올 2분기 중 코스피(KOSPI) 지수가 최대 2300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이익의 변동성이 줄어든 정보기술(IT), 자동차, 정유 관련주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수혜주를 눈여겨 봐야할 유망주로 꼽았다.

황 사장은 "올 1분기 주식시장의 출발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 9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까지 떨어진 코스피가 이후 10% 가량 반등한 상태인데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글로벌 경기 역시 지난 하반기에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유럽 등의 위험요인이 남아있지만, 금융시장 주변의 환경은 크게 나쁘지 않다"며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의 효과도 3~6개월 정도는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기 모멘텀은 올 상반기까지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유럽 은행권의 자본확충 과정에서 진통, 미국 정부의 긴축, 대선 정국에 따른 불투명성 등으로 하반기엔 완만한 조정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고 황 사장은 덧붙였다.

황 사장은 "IT, 자동차, 정유업종의 경우 이익 증가 폭이 줄어들고 있지만, 이는 곧 올해 이익의 변동성이 줄어들어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될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며 "아울러 올해 역시 원자재 상승 랠리가 진행될 것으로 보여 인플레이션 수혜주에 대한 관심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