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1일 외국인의 2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현 · 선물 매도 탓에 2070선 밑으로 밀려났다. 지수 단기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데다 중국 긴축 우려까지 불거져 투자심리에 경보가 켜졌다.

전문가들은 중국발 악재가 당분간 영향을 미치겠지만 큰 폭의 조정 빌미가 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 매도 공세 속에서 모건스탠리가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해 주목된다.

◆외국인 선물매도 1만계약 넘어

코스피지수는 이날 36.74포인트(1.74%) 급락한 2069.92로 마감했다. 새해 첫 거래일(3일) 19포인트 상승하며 2070선에 올라서며 고공행진해온 지수가 올 들어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중국 긴축 우려로 전날 글로벌 증시가 부진했던 여파로 지수는 출발부터 약세였다. 여기에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며 2070선마저 내줬다.

외국인(-2977억원)과 기관(-829억원)은 이틀째 동반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도 1만914계약(1조5033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선물 순매도가 1만계약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18일(1만390계약) 이후 석 달 만이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하루 단위로 매수 · 매도를 오가던 외국인 선물거래가 매도 쪽으로 확고하게 방향을 틀었다"며 "국내 시장의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시작한 외국인이 선물 매도에 나서자 현물시장의 투자심리까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조정다운 조정은 아직

전날 발표된 중국의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예상치(9.4%)를 웃도는 9.8%를 기록한 것이 주가 하락의 단초를 제공했다. 경기 과열이 지속되면 중국 정부가 금리 인상 등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 달 중국 설인 춘절(春節)의 소비 증가가 물가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축 이야기는 좀 더 나올 것"이라며 "이 경우 증시가 당분간 쉬어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대만 등 다른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보인 것도 중국발 악재의 영향력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예고된 악재인 만큼 큰 흔들림은 없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수 급등에 따른 피로감,중국 긴축 가능성 등은 모두 시장에서 이미 우려했던 부분"이라며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인 시각도 큰 차이가 없어 다음 주 후반 상승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선진국 경기 회복 등 추가상승 재료가 남아 있어 2분기쯤에야 '조정다운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한국 투자의견 하향 조정

모건스탠리는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시장평균(equal-weight)'으로 한 단계 내렸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 대비 성장률을 비교했을 때 한국보다는 대만의 상황이 더 낫다"며 "대만 가권지수가 지난 12개월간 10% 상승하는 사이 코스피는 20%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지수 급등과 공격적인 금리 인상 전망,기업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배당성향 등도 취약점으로 꼽았다. 국내 기준금리는 현재 연 2.75%에서 연 3.50%까지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배당성향이 13.5%로 이머징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인 반면 대만의 배당성향은 53.1%에 이른다"며 대만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평균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했다. 또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면 대만 증시가 2020년까지 '슈퍼 사이클(장기 상승)'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