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대우증권 정규 직원으로 채용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소속 윤지원 프로는 매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법인영업은 물론이고 서울 강남과 전국 지점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요청 때문이다. 윤 프로는 VIP 고객이나 잠재 우수 고객에게 맞춤형 골프 지도를 해주거나 함께 골프장에 나선다. 송석준 대우증권 마케팅부장은 "수요가 너무 많아 프로골퍼를 더 채용할지 검토 중"이라고 귀띔했다.

증권사들의 '골프 마케팅'이 뜨겁다. 특히 저금리 시대와 지난해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고액 자산가들을 공략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조성돼 은행 위주였던 골프마케팅에 증권사들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대신증권은 이달부터 9개월에 걸쳐 전국 스크린골프 토너먼트를 시작했고,KLPGA 대회인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6월)과 남자 프로골프대회 '메리츠 솔모로 오픈'(9월) 등이 줄줄이 개최된다. 골프대회는 대개 8억~9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증권사들이 앞다퉈 나서는 것은 무엇보다 '고액 자산가'를 잡기 위해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신지애 선수를 2008년부터 5년간 75억원 규모로 후원하고 키움증권이 배상문 선수와 후원계약을,대우증권은 최나연 선수와 서브스폰서 계약을 각각 맺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증권사들이 펀드와 각종 파생상품을 아우르는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내세우는 것과도 연관이 깊다. 한 증권사 임원은 "금융자산이 많은 VIP 고객들은 대부분 골프 인구와 겹친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열면 고객만족도가 높아지고 기존고객 이탈률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