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는 금융위기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에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증시를 통한 기업들의 연간 자금 조달 규모는 8년 만의 최대인 91조5000억원에 이른다. 지난달까지 85조3000억원에 이어 이달 공급 규모도 6조2000억원이 넘는다.

특히 회사채 발행이 활발하게 이뤄져 발행 규모가 4년 만에 은행의 대출 증가분을 추월했다. 은행채를 제외한 회사채 발행 금액은 지난달까지 75조4000억원에 달해 은행들이 기업에 대출한 자금에서 상환액을 뺀 대출 순증액(30조9000억원)의 2배를 넘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달 들어서도 회사채는 5조3200억원어치가 추가 발행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업들이 올해 증시를 통해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져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이 작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우량 기업들까지 대거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신용등급 'AA'급인 대형 조선업체들이 몇 년 만에 회사채를 발행해 주목을 받았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조선업황이 타격을 받자 서둘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수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잇달아 발행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건설업에서도 GS건설 삼성물산 등이 기존 회사채 만기를 수개월 앞두고 미리 채권 발행에 나서 자금을 확보했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채권시장팀장은 "올해는 저금리로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채를 싸게 발행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며 "하반기 들어서는 정책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앞두고 자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서두른 기업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증시 회복으로 일반 회사채와 함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 주식 관련 채권 발행도 러시를 이뤘다. 특히 신용등급이 'BBB'급인 기업들은 BW를 적극 활용해 자금을 끌어모았다.

포문은 코오롱이 열었다. 코스피지수가 1100선 안팎에 머물던 올 2월에 코오롱이 10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하겠다고 하자 시장에선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지만,결과는 1700억원이 몰리는 대성공이었다. 코오롱에 이어 BW를 발행한 기아자동차(8조원) 대우자동차판매(4조7340억원) 금호타이어(4조3200억원) 웅진홀딩스(1조6500억원) 등의 청약에도 조 단위의 거액이 몰렸다.

내년 회사채 발행과 관련한 최대 변수는 '출구전략'이란 지적이다. 김형호 아이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출구전략을 실행해 기준금리를 언제,얼마나 올릴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며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는 내년에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상승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장경영/김동윤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