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사진)이 코스닥 자동차부품업체 한국베랄 지분을 올해 지속적으로 늘려 관심을 끌고 있다.

아이칸이 2년여 전 인수한 미국 자동차부품회사 페더럴모굴(Federal Mogul)의 자회사인 영국 투자회사 에프엠인터내셔널을 통해서다.

에프엠인터내셔널은 한국베랄과 오랜 협력관계였지만 대주주가 아이칸 지배를 받게 된 이후 한국베랄 대주주를 위협할 정도로 지분을 확대하고 있어 인수 · 합병(M&A)을 포함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베랄 주가는 급등세를 탔다가 장 막판 하락세로 돌변하는 등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한국베랄은 25일 장중 14%대 급등하면서 전날 상한가에 이어 연일 초강세를 타는 듯하다 장 막판 13%대 급락세로 돌변해 결국 3.53% 하락한 5200원에 장을 마쳤다.

국제적인 기업사냥꾼으로 과거 KT&G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칼 아이칸 측이 이 회사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양한 가능성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아이칸이 인수한 페더럴모굴의 자회사 에프엠인베스트는 작년 12월 말부터 이달 20일까지 한국베랄 지분을 장내에서 지속적으로 매수,지분율을 22.94%에서 28.69%까지 확대했다. 이 회사는 1991년 한국베랄에 자본참여를 한 이후 2대주주를 유지했지만 한국베랄 지분을 장내에서 늘리기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베랄 대주주이자 창업자인 김용웅 회장의 보유 지분 36.32%(특수관계인 포함)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아이칸 측의 한국베랄 지분 확대 의지는 매우 강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베랄이 지난 6월 41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도 페더럴모굴은 회사 경영진에 실권주를 전량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이들은 이미 2대주주로서 한국베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페더럴모굴 아시아 · 태평양 부사장과 한국에프엠 사장 등 2명이 한국베랄 등기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아이칸 측의 갑작스러운 지분 확대 의도로 쏠려 있다. 한국베랄 관계자는 "2대주주로서의 발언권 강화를 위한 것이 아닐까 싶지만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이칸의 과거 이력을 바탕으로 적대적 M&A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칸 측이 적대적 M&A에 성공한다고 해도 인맥 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한국에서 자동차 부품사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적대적 M&A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국내 완성차업체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면서 한국베랄과 같은 1차 납품업체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지분을 확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실제 브레이크 패드를 만드는 한국베랄의 국내 완성차업체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분을 확대하면 발언권을 높일 수 있고 적어도 손해볼 것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