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 LG화학은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갖춘 블루칩으로 통한다. 기존 석유화학 부문이 여전히 강력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전지사업을 유력한 새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조석제 부사장은 "고유가와 친환경 바람으로 선진국 시장에서 차량용 전지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2015년에 전기차 배터리 매출만 2조원을 달성해 세계 시장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내년 정보전자 매출비중 30% 넘을 것

LG화학은 2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20% 이상 뛰어넘는 56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여기에는 폴리올레핀(PO) 합성수지 폴리염화비닐(PVC) 등 석유화학 부문의 선전이 큰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이 회사의 미래 성장성은 자동차와 각종 휴대용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만드는 정보전자 부문이 맡고 있다. 이 부문의 매출 기여도는 2001년 4.6%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21.7%로 급상승했다. 정보기술(IT) 시장의 수요가 회복되고 있어 내년에는 이 비중이 32%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중대형 전지는 이 회사의 미래를 짊어질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지난달부터 현대차의 하이브리드형 '아반떼'와 기아차 '포르테'에 전지를 공급하기 시작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차량용 전지 사업은 내년 11월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제너럴모터스(GM)의 시보레 '볼트'(Volt)에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는 것을 신호탄으로 본궤도에 진입할 계획이다.

또 휴대폰용 전지는 노키아 모토로라 LG전자 등이 주 고객이다. 휴대폰시장 점유율 1위인 노키아 물량이 지난해 900만셀에서 올해 8000만셀 이상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컴퓨터에 주로 사용되는 원통형의 리튬이온전지 시장은 휴대가 간편하고 가격이 저렴한 넷북이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다.

다른 신사업 진출도 활발하다. 액정표시장치(LCD) 유리기판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12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4300억원을 1차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조석제 부사장은 "2012년 생산 이후 2차와 3차 증설을 계속해 총 1조2000억원 이상을 LCD 유리기판에 투자할 방침"이라며 "현금창출 능력이 충분하므로 내부 자금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독일 쇼트(Schott)의 기술을 들여와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쇼트의 핵심기술은 세계 정상급이라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다만 석유화학 업황은 연말까지 완만한 하강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조 부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일부 공급물량 증가가 예상되지만 다른 지역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데다 중동 업체와 직접 경쟁하는 제품 비중이 20%에 불과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연말까지 상승세 지속 전망

주가는 지난 6월 이후 횡보하다 지난달 31일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10% 이상 급등해 현재 15만원대로 올라섰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1팀장은 "IT 수요 회복으로 하반기 정보전자시장 전망이 밝고 석유화학 부문도 우려보다는 선방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주가 강세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주가 목표치를 잇따라 올리는 등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