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복 기미가 뚜렷해지면서 '출구전략'(Exit Strategy · 위기 이후에 대비한 유동성 회수 전략)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주식시장에 미칠 파장에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증시가 '서머랠리'를 재가동하는 시점에서 금리인상이라는 복병을 만날 경우 상승세가 주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논의되고 있는 출구전략이 확실한 경기회복 신호에 맞춰져 있다기 보다는 과잉 유동성 문제 해결에 방점이 찍혀 있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와는 다를 것이란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 KDI "출구전략 서둘러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1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쏟아냈던 각종 비상조치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라고 공식 제안했다.

조동철 KDI 연구부장은 통화정책과 관련"지금의 초저금리 상황을 적기에 정상화하지 못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통화정책 기조의 전면 전환이 아니더라도 조속한 시일 내에 기준금리(연 2.0%)를 부분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KDI는 또 재정정책 정상화를 위해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13개 부처 163개로 난립해 있는 각종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창업 초기 유망 중소기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통폐합하고,위기 대응을 위해 취한 각종 일자리 및 복지사업도 내년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KDI는 특히 부동산 버블 우려를 막고 가계 부채 관리를 위해 LTV(담보인정비율) 규제 강화 외에 현재 강남 3구 투기지역의 6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만 40%로 설정돼 있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점차 전국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증시 전문가 "당장 실행은 불가능"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22일 "현재 국내 경기상황으로 볼때 출구전략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적으로 너무 이른감이 있다"며 "곧바로 시행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출구전략은 통화정책에 대한 스탠스(기본자세) 자체가 바뀌는 것이어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증시에는 국내 경기에 대한 자신감으로 비춰 호재일 수 있지만 역으로 자금이탈에 따른 부담이 작용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 팀장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출구전략의 본질이 경기회복 보다는 과잉 유동성 해소 대책 일환이어서 주식시장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 팀장은 "과거 경험상 출구전략 차원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증시 역시 경기회복 기대감을 추동력으로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출구전략의 핵심은 과잉 유동성 해소 차원인 만큼 과거와 달리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곧바로 출구전략이 시행되지 않더라도 이미 자금회수에 들어간 미국 등의 예에 비춰볼때 우리나도 연말께 부터는 금리인상 이슈가 증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상일 이트레이드 투자전략 팀장은 "출구전략에 대한 고민을 서서히 해나갈 때가 됐지만 아직도 경기전망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저금리 기조가 변화될 경우 정책변경에 따른 불안심리와 증시자금 이탈이라는 악재가 새롭게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올해 안으로 행동에 옮기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입장을 취했고 진동수 금융위원장 역시 현재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출구전략이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