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의 강세장에 걸었던 뉴욕증시 투자자들의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다. 29일 뉴욕증시의 나스닥 종합지수가 23개월 반만에 처음으로 종가기준 2,000 포인트를 돌파함으로써 심리적으로 중요한 또 하나의 고비를넘어선 것이다. 지난 3일 나스닥 지수가 장중 한때 2,000 포인트를 넘어서자마자 차익매물이 쏟아져 오히려 하락세로 돌아섰던 것과는 달리 이날은 마감을 불과 몇분 앞두고 2,000포인트를 돌파한 후 오히려 상승폭이 더욱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종가는 2.006.48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25.30 포인트 (1.21%) 오른 10,450.00으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3.58 포인트(1.24%) 추가된 1,109.47로 각각 장을 마쳐 역시 2002년 3월과 4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아직 이틀간의 거래가 남아 있지만 이런 추세라면 다우존스 10,000 포인트, 나스닥 2,000 포인트, S&P 1,100포인트를 각각 넘긴 채 한해가 마감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경우 나스닥 지수는 연초에 비해 50%, 다우존스 지수와 S&P 지수는 20%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된다. 최근 이틀(거래일 기준) 연속 주가가 오른 데는 계절적 요인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가들은 풀이했다. 전통적으로 연말연시는 새해에 대한 기대에 부푼 투자자들이 보너스 등 가용 자원을 증시에 투입하고 기관들은 이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가를 잘 관리함으로써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시기다. 올해의 경우 연말에 돌출한 테러 경보 강화와 미국 최초의 광우병 감염 소 발견등 악재로 연말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으나 이런 시장외의 재료가 큰 파급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시장의 견조한 복원력이 입증된 셈이 됐다. 광우병 파동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돼 주가가 하락했던 맥도날드와 웬디스등 패스트 푸드 업체들이 최근 이틀간 오히려 상승세를 보인 점이 이같은 시장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큰 변수가 새롭게 등장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며칠간 증시는 상승 분위기를 탈 것으로 내다보는 분석가들이 많다. 블룸버그 통신은 투자업체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앤드루 버클리 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1948년 이후 증시 침체기 이후 상승폭은 평균 50%에 달했다면서 지난 3월의 바닥권에서 지금까지 S&P 지수가 39%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주가가 추가 상승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경제 및 기업 관련 소식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증시의 낙관적 분위기를 뒷받침하는 긍정적 내용들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달 본격화될 기업들의 4.4분기실적 발표는 투자자들에게 `큰 장'에 대한 기대를 부풀게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증시의 전망이 밝다는 데는 많은 분석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은 엇갈린다. 특히 연말연시 장세의 경우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어서 시장의 동향을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신중론자들은 또한 지금까지의 상승폭이 과대하다거나 대다수 투자자들이 하반기 주식시장의 약세를 예상하고 빠져나갈 기회만을 엿보고 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샤퍼 쿨런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쿨런 사장은 S&P 500지수 편입종목들의 주가는 연간 수익 추정치의 20배 선에서 거래돼 지난 3월의 15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면서 "최근의 주식시장은 투기적인 양상을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에는 기업들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