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거래정지 이후 8일 거래가 재개된 삼익악기 주가가 9백80원으로 시작되자 업계에서는 '이제 구조조정 시장은 더 이상 큰 메리트가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증권거래소가 시초가 산정방식을 바꿈으로써 구조조정시장의 과열은 진정시킬 수 있게 됐을지 모르지만 그동안 이 시장을 떠받쳐온 투자자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 높은 수익성이 과열의 원인 =기업구조조정회사(CRC) 등은 부실회사를 인수한 후 감자 및 유상증자를 거쳐 받은 지분을 조합원에게 분배하거나 거래 전 지분을 처분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해 왔다. 예컨대 삼익악기의 경우 이 회사를 인수한 골든브릿지CRC, 캐피탈라인 등은 회사의 지분을 액면가 5백원에 받아 조합원에게는 그대로 주고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프리미엄을 붙여 주식을 판 것으로 알려졌다. 1천2백∼1천3백원선에 산 투자자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같았으면 종가가 4백50원이었고 10 대 1 감자를 했기 때문에 최초 매매가는 4천5백원에 형성될 주식이었다. 며칠간 하한가 행진을 벌여 주가가 2천원선으로 떨어지더라도 1,2차 투자자까지 높은 마진을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시초가 산정 방식이 바뀜에 따라 더이상 이같은 기대를 할 수 없게 됐음이 이날 삼익악기를 통해 분명해졌다. 과거 이런 메리트 때문에 한동안 법정관리 기업의 매각가격이 치솟았던게 사실이다. 이런 구조가 갈 곳 없던 시중자금을 구조조정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왔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 전문가는 "이 과정에서 주식 전매에 따른 세금포탈 등의 문제가 빚어지기도 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망가진 회사에 자본을 투입하는 리스크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과 회사 회생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방식으로 통용돼 왔다"고 말했다. ◆ 냉각 조짐 보이는 시장 =그러나 이렇게 형성된 주가가 기업의 본질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과열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라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위원회는 시초가 산정방식을 변경했다. 개장 전 한 시간 동안 호가를 받아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 이에 따라 과거와 같은 투자 수익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고 이런 자금이 구조조정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거래 전 주식을 매입해 이득을 챙기려는 자금이 사라지면 기업인수에 나서려는 CRC 등이 자체 자금으로 회사를 인수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입찰에서 높은 가격을 써낼 수도 없고 나서려는 CRC들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종가에 감자비율을 곱함에 따라 발생했던 착시현상(고가)이 사라져 기업구조조정 시장이 '머니게임'의 장에서 본연의 모습을 되찾지 않겠느냐는 긍정적인 진단도 나오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