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국내 우량 기업의 주가도 거침없이 치솟고 있다. 단순히 경기 회복 기대감만으로는 최근의 주가 상승추세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그만큼 주가와 경기(기업 실적)간 괴리가 벌어지고 있다. "대장주" 삼성전자의 주가추이만 봐도 기업 실적와 주가간의 괴리는 한눈에 확인된다. 반도체 가격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주가는 과거 반도체 가격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보다 높다. 체질개선에 따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됐고 저금리 정착으로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방향을 틀면서 올해 국내 증시가 한 단계 "레벨-업"(level-up)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의 제값받기=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경기 사이클과 같이 움직여왔다. 수익구조가 D램 반도체 위주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경기 사이클을 훨씬 앞서 나가고 있다. 기업 내용이 확연히 달라진 데 따른 것이다. 반도체와 가전 통신 부문 등이 결합되면서 이 회사의 수익구조와 재무구조가 크게 좋아져 진정한 의미의 ''블루칩''이 됐다(대우증권 정창원 연구원)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국제적인 경쟁력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우증권이 추정한 삼성전자의 올해 부채비율은 38%.오는 2004년께는 순금융수익이 6천억원 가량에 달해 불황기가 닥쳐와도 초우량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작년 결산기를 기준으로 할 때 삼성전자는 연 매출 31조7천억여원,영업이익 2조4천억여원이 예상되는 반면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매출 4조9천억여원,영업적자 1조2천억여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실제 삼성전자는 작년 3·4분기 반도체사업 부문에서 3천8백억원 가량의 적자를 냈지만 가전과 통신 부문의 호조로 전체적으로 흑자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같은 시기 마이크론과 독일 인피니언 등은 대규모 적자를 냈다. ◇한국 기업의 체질 개선=삼성전자의 강세는 한국 증시 및 기업에 대한 저평가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의 체질 강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이후 5년째에 접어들면서 꾸준한 구조조정을 통해 한국의 많은 기업은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고 있다. ''IMF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회계 투명성이 국제적인 수준으로 높아져 외국인의 신뢰를 얻게 됐다(동양종금증권 박재훈 투자전략팀 차장)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 펀더멘털 개선의 상징적인 기업으로 현대자동차와 신세계를 꼽고 있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현대차의 경우 지난 99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상승세가 가장 높은 기업"이라면서 "신세계도 외국계 투자자로부터 아시아에서 경영을 가장 잘 하는 유통업체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국내 기업의 실적은 작년 3분기에 바닥을 치고 4분기부터 회복 국면으로 접어든 반면 미국 기업은 올 1분기까지 이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바뀌는 투자 패러다임=외국인에 의해 한국 기업 ''제값받기''가 본격화되고 저금리 추세로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이동할 가능성 높아 올해 한국 증시는 랠리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정보부장은 "국내 자산운용 주기가 통상 3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로 저금리 체제가 자리잡은 지 3년째를 맞기 때문에 자산운용에 변화가 나타날 시점"이라고 말했다. 홍 부장은 "저금리 기조로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느낀 투자자들이 증시로 관심을 돌릴 것"이라면서 "올해가 중장기 주식 투자의 원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