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최종 확정됨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앞으로 위안화 가치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가장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반드시 연계된 문제는 아니지만 세계 10위 정도의 무역규모를 갖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이번 WTO가입으로 1994년부터 '1달러=8.28위안'을 중심환율로 운영해온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WTO가입 이후 수시로 변하는 외환수급을 환율로 흡수하지 못할 경우 물가 등 내부적인 부담요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앞으로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경우 기본적으로 위안화는 중국이 보유한 외환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할 것이 확실시된다. 다시 말해 위안화는 중국의 외환사정이 풍족할 경우 절상되고 반대의 경우에는 절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9월말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천억달러 내외로 일본에 이어 세계 두번째 규모다.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제2선 자금(back-up facility)인 홍콩의 외환보유고까지 감안한다면 3천억달러에 근접한다. 올해 무역거래에서도 2백억달러 이상의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외환사정이라면 위안화는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체제 국가에서는 외환당국이 자국통화에 대해 어떤 포지션을 취하느냐가 환율결정의 중요한 요소다. 이 시각에서 본다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과 대규모 실업문제에 갈수록 부담을 느끼는 중국 정부로서는 위안화 절하에 대한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위안화 절하를 원하는 것일까. 지난 1979년 이후 중국은 수출지향정책을 통한 고도성장으로 이제 1인당 국민소득이 7백90달러에 달해 어느 정도 유효구매력을 갖추고 있는 상태다. 반면 지난해 일본을 앞서 미국의 최대적자국이 된 점을 감안하면 수출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중국은 1999년 하반기 이후 내수시장을 겨냥한 경제대국형 성장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의 성장전략 수정과정에서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중국의 내부적인 재원 동원 능력을 감안할 때 당분간 외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외자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절상을 통해 자금공여국에게 환차익을 제공해야 가능하다. 만약 중국 정부가 금융기관 부실채권 등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절하시킬 경우 이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위안화 절상이 요구되는 시장여건을 무시하고 반대로 절하시킬 경우 집중적인 환투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의 통상마찰도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이미 미국의 최대 적자국이 된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통해 수출을 늘릴 경우 미국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중국 진출로 제조업 공동화와 수출이 감소되고 있는 일본의 부담도 큰 상태다. 동시에 위안화 절하는 인접국 통화의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불러 일으켜 궁극적으로 중국이 바라는 경쟁력 개선효과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과의 경제통합을 위해서도 위안화가 절하되면 곤란하다. 현재 홍콩은 '1달러=7.8홍콩달러'를 중심으로 한 통화위원회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 위안화가 절하되면 경제통합의 관건인 위안화·홍콩달러화간의 중심환율을 맞추기 어려워지게 된다. 이번에 중국이 WTO에 가입함에 따라 한국으로서는 매년 8억∼12억달러 정도의 대중국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가로막았던 '제3국으로의 수출의무 조항'과 '현지부품조달 의무조항'도 폐지된다. 여기에 위안화가 절상되는 경우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중국의 WTO가입으로 한·중 수교 이후 국내 기업들의 '제2 중국진출 붐'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