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 나스닥시장의 폭락으로 우려됐던 아시아 증시의 동반 추락이 현실로 나타났다.

12일 일본 주가는 지난 85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대만 싱가포르 한국 등 다른 주요 아시아 증시도 첨단기술주를 필두로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이날 도쿄 증시의 급락세는 한동안 뜸했던 "일본경제 3월 위기설"의 불씨를 되살렸다.

이날 아시아 증시에서는 반도체와 인터넷 정보통신 등 기술주의 장송곡이 울렸다.

◇ 다시 불거진 일본의 3월 위기설 =도쿄증시 폭락세는 3월 위기설에 다시 힘을 실어줬다.

위기설의 핵심인 ''닛케이주가 1만2천엔선'' 붕괴가 시간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1만2천엔선의 지지 여부는 3월 위기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미 막대한 부실 채권을 안고 있는 일본 은행들은 주가가 1만2천엔선 아래로 내려가면 주식평가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 경우 경상이익을 낼만한 은행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불어난 주식평가손이 영업이익을 까먹는 탓이다.

이때문에 1만2천엔선 붕괴는 3월 금융위기설의 현실화와 동일선상에서 취급돼 왔다.

현재 일본 은행권의 대출잔액은 4백55조엔(약 3조9천억달러).

이중 부실 대출액이 83조엔으로 18.2%에 이른다.

여기에서 이달말 손실처리해야 할 금액은 부실 대출의 26%인 22조엔이다.

이는 주가를 1만3천엔대로 평가한 액수다.

1만2천엔 이하가 되면 은행권의 부실 대출은 더 늘어난다.

다이와증권의 증시분석가 니시노 순스케는 "지금과 같은 정치 불안과 기업실적 악화 등으로 인한 주가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일본 경제는 이달에 큰 시련을 겪게 될 것"이라며 3월 위기설을 간접적으로 거론했다.

사정이 이런 데도 획기적인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여당에서 경기부양책을 입안했지만 모리 총리의 사임을 둘러싼 리더십 공백과 정치 불안으로 실제 시행은 요원한 상태다.

더욱이 미국경기 둔화에 따른 대미수출 감소로 히타치 도시바 NEC 등 반도체 업체들을 중심으로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1만2천엔선 붕괴 가능성은 높다.

닛케이주가가 1만1천엔대로 내려가고 그에 따른 은행권 부실이 심화되는 3월 대란이 일어나면 일본 은행들은 아시아 각국에 빌려준 대출금을 조기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국 대만 등 주변 아시아 국가는 물론 세계가 ''일본발 위기설''에 떨 수밖에 없다.

◇ 흔들리는 아시아 증시 =''나스닥 광풍''은 아시아 증시에 여지없이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반도체와 컴퓨터 관련 기술주들이 증시 하락을 주도하면서 아시아증시 중 나스닥의 한파를 피한 곳은 거의 없었다.

지난주말 나스닥주가 폭락을 촉발했던 인텔의 실적부진 소식은 타이완세미컨덕터매뉴팩처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 등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를 2~3% 떨어뜨렸고 그 결과 대만 가권지수는 1.5% 가량 빠졌다.

홍콩 증시의 항셍지수 낙폭은 3%를 넘었다.

제2경제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상황은 더 악화됐다.

루피아 환율은 급등하고 증시는 폭락했다.

와히드 대통령의 각종 스캔들과 무능에 따른 정치불안 상황은 일본과 유사하다.

따라서 일본의 3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때 인도네시아는 경제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정훈 국제전문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