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유동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5일째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단번에 10%이상 올랐다.

수급의 열쇠를 쥐고 있는 외국인은 현물과 선물을 동반 매수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팔자''우위였던 투신권도 순매수에 동참하고 있다.

오는 14일의 선물·옵션 만기일의 충격만 무사히 넘기면 매물벽(550∼570) 돌파가 어렵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마저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및 국내기관의 최근 움직임을 고려할 때 증시로의 자금유입이 단기 랠리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유가하락,환율안정,시중금리 하락등 주변 여건은 어느 정도 정비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 경기 하강국면인데다 미국 증시도 완전하게 안정을 되찾은 상황이 아니어서 반짝 장세에 그치고 말 것이란 신중론도 없지 않다.

◆유동성 장세 징후=일반인의 풍부한 시중자금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의미의 유동성 장세 징후를 찾기는 어렵다.

동원경제연구소는 다만 외국인과 투신권의 행보를 볼 때 유동성 장세의 징후가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외국인은 선물만기일이 3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매수포지션을 강화하고 있다.

정동희 동원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단타매매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은 8천계약에 이르는 선물 누적 순매수 포지션을 지속적으로 갖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최근 3주간 순유출을 기록했던 미국의 인터내셔널 펀드에 지난주(11월30일∼12월6일) 33억달러가 순유입됐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덧붙였다.

투신권이 매수우위로 전환한 것도 주목할 변수다.

그동안 줄곧 ''팔자''에 나섰던 투신권은 연기금과 정보통신부로부터 1조1천억원을 수혈받은 뒤 이달들어 벌써 4천억원가량 순매수했다.

한양증권은 △종합주가지수 500선의 하방경직성 △국제유가 하락과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 △5천억∼1조원가량의 수급개선 효과가 기대되는 근로자주식저축의 판매 △연말 배당투자를 위한 가수요 등에 힙입어 12월 랠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예상했다.

◆연말 랠리 기대감=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현 증시주변 여건이 지난 98년말과 비슷하다는 대목에서 더욱 활력을 얻고 있다.

미국 주가가 그렇고,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움직임과 고객예탁금 상황도 98년말과 닮은 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증시는 이미 연말 랠리 냄새를 풍기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주 화요일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폭등세(10.48% 상승)를 보인뒤 이틀간의 조정을 거친 다음 지난주말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앨런 그린스펀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장의 금리인하 시사 발언이 기폭제였다.

지난 98년9월부터 그린스펀 의장은 3개월 연속 총 0.7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그 결과 그해 8월까지 하락세를 보였던 나스닥지수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내증시도 때를 맞춰 대세상승기로 접어들었다.

선물시장의 외국인 매수세 역시 지난 98년말과 흡사하다.

정동희 연구위원은 "98년 11월중순부터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순매수포지션으로 돌아섰으며 그후 줄기차게 1만계약 이상의 순매수를 지속한 대목이 지금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연중 최저수준인 고객예탁금도 지난 98년말과 닮은 꼴이다.

현정환 SK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98년 10월초 고객예탁금이 1조6천억원으로 최저치를 기록한뒤 지수가 급등세로 돌아서면서 다시 고객예탁금도 증가세로 반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500선 지지 기대감,배당투자 수요,근로자주식저축 판매등에 힘입어 고객예탁금은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