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간판종목인 삼성전자가 펀더멘털과 수급 양쪽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D램가격의 하락세와 외국인의 ''팔자'' 영향으로 주가가 힘없이 미끄러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50.64포인트 급락한 18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만9천원(8.73%) 급락한 19만8천5백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29일(20만원) 이후 11개월 만의 최저치다.

한때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자 전체 시장분위기는 한순간에 ''푸른 피바다''로 돌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이 팔기 시작한 지난달 25일(32만원) 이후 20여일 만에 38% 가량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폭락세는 두 가지 악재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우선 펀더멘털상으로 지난 7월 중순 9달러대에 육박했던 64메가D램 현물가격은 최근 7달러대가 붕괴됐다.

하락추세는 좀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우종 SK증권 기업분석팀장은 "PC수요가 살아나는 10월 이후에 D램가격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급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줄 데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56.54%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이날 54.11%로 소폭 줄었지만 주가는 급락해버렸다.

이날에는 장마감무렵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됐다. 국내 수급이 뒷받침되지 않는 데는 주식형·뮤추얼펀드의 종목당 투자한도(10%)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는 투신사 등 국내 기관이 참다못해 로스컷(loss cut:손절매)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이홍재 한국투신 주식2팀장은 "종목당 투자한도 규정으로 삼성전자를 마냥 보유하고 있다가 최근 주가가 급락하자 손실폭을 한정키 위해 손절매에 나서는 기관들이 하나 둘씩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단기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예상되지만 반등의 모멘텀을 쉽게 찾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SK증권의 전우종 팀장은 "D램가격의 상승세 전환과 미국 및 국내 증시의 안정세가 반등의 모멘텀인데 당분간 두 가지 모두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저가매수세는 찾아보기 힘들고 대기매도세만 쌓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