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약세가 아시아통화 및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외국인은 8일 국내시장에서 1백84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 금요일 매도규모가 줄어드는가 싶더니 엔화불안이 다시 외국인을
흔들고 있다.

엔화가 계속 약세를 보일 경우 중국위안화가 절하압력을 받는 등 아시아
지역의 금융시장이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어 일부 발빠른 단기투자성
외국인들은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엔화와 동남아증시 =엔화가 달러당 1백40엔대를 돌파하면서 홍콩 한국
중국을 제외한 일본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 등 대부분의 지역의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원.달러환율도 1천4백원을 넘어서는 등 여파가 미쳤다.

싱가포르 역외선물환시장(NDF)에서는 1년물 원화선물이 오전장 한때
1천7백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대만달러와 호주달러의 가치도 이날 11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들 아시아시장 떠나나 =아시아주식시장에서 대거 철수하지는 않을
것으로 외국증권사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일시에 매도하고 빠지는 패닉 셀링(Panic selling)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엔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충분히 예견됐기 때문이라는 것.

외국증권사관계자들은 "다만 계속 추이를 보아가며 리스크관리차원에서
투자비중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모건스탠리증권은 최근 홍콩을 포함, 한국 등의 투자비중을
축소한다는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ABN암로 아시아증권의 한 관계자도 "환매를 요구하는 외국투자자들이 늘고
있어 외국투자기관들도 어쩔 수 없이 응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고 전했다.

특히 홍콩계 등 단기투자성 펀드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다른 외국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무엇보다 이같은 엔화약세가 지속될
경우 중국의 위안화까지 절하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될 경우 아시아 전지역의 통화 및 증시가 폭락세를 보이고 불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배경에서다.

한 곳에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리저널펀드(Reginal fund)형태로 투자하기
때문에 아시아시장이 불안하면 전지역에서 발을 뺄 수 있는 것이다.

<>엔.달환율전망 및 국내 주가전망 =엥도수에즈 WI카증권의 김기태 영업
담당이사는 "이번주내에 엔.달러환율이 1백45엔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는
외국인투자자들이 대부분"이라며 "지속적인 엔화약세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정부도 엔화약세를 용인하는 모습이어서 더욱 그렇다는 설명이다.

또 9일로 예정된 서방선진7개국(G7)재무차관회담에서도 엔화방어가 주요
의제에 올라있지 않은 점도 엔화불안요소로 꼽히고 있다.

국내 주가와 관련, ING베어링증권의 강헌구 이사는 "삼성전자 등 수출관련
기업쪽으로 외국인들의 매도공세가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가가 상승할 때를 노려 외국인들은 계속 ''팔자''물량을 쏟아낼 것"
이라며 "엔화불안이 주가상승의 큰 걸림돌"이라고 덧붙였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