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의 구속수감이후 급반등했던 주가가 연이틀 급락, 종합주가
지수가 930선으로 주저앉았다.

20일 주식시장에서도 일반은 물론 기관투자가들까지 철저한 관망세로
돌아서며 거래량 급감속에 낙폭이 커지는 약세장이 전개됐다.

특히 이날은 아태경제협력체에 참여한 후 귀국한 김영삼대통령이 귀국후
중대발표를 할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관투자자들의 관망세가 더욱
짙어지는 모습이었다.

비자금파문이 처음 불거져나온 지난달 23일을 비롯 낙폭이 클때마다
기관들이 매수강도를 높이던 점에 비춰보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심리도
상당히 취약해졌다고 볼수있다.

이달 들어 기관투자가들의 매수강도가 급속히 꺽이고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 10월중 3천8백47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던기관투자가들은 이달들어
18일까지 1천5백73억원의 매수우위를 나타내 매수강도가 둔화되는 추세이다.

특히 지난 16, 17일에는 기관투자가들이 모처럼 소폭이나마 매도우위로
기록, 기관들의 시장참여전략이 관망쪽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자금파문이 주식시장을 한달째 짓누르면서 기관들도 이젠 지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주식을 사고 팔며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입장에서도 일방적으로 매수만
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현 주가수준이 싸다고 여겨지지만 주가하락이 더이어질 것 같다는 전망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특히 서울소재 3투신사들은 연말장에 대한 기대감에서 핵심블루칩위주로
주식을 적극 편입했던게 사실이다.

투신사의 기본적인 자산운용전략은 여전히 낙폭이 벌어질때마다 적극적인
매수 이다.

그러나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은 이원조씨등 비자금관련 인사들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될 경우 재계는 물론 금융권으로 파장이 확산될 수 있어
당분간 매수를 자제하려 하고 있다.

은행들은 비자금파문이 금융권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 시장참여를 자제
하고 있으며 그나마 보험만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투신의 김문진상무는 "한달째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는 상황
에서 확신에 찬 매수에 나설수 없다"고 강조한다.

대한투신의 홍선국주식운용팀장은 안개장세가 한달째 지속되면서 종합주가
지수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밀리고있어 당분간 기관들의 관망세가 불가피
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인들이 이머징마켓에서 미국시장으로 자금을 움직이며 보유주식
일부를 팔며 제기됐던 경기논쟁도 약세장에서 악재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비자금파문이후 줄곧 50~70억원정도씩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는등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아직 장세를 낙관하고 있어 향후 기관
투자가들의 상이한 매매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을 모아지고 있다.

<이익원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