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복역 중인 아버지를 찾아가 거짓말을 해서 돈을 뜯어낸다.


지하철 노약자석에서 담배를 피우고 이를 나무라는 노인에게 되레 호통을 친다.


궁지에 몰린 친구를 가차없이 경찰에 신고한다.


이런 장면들은 주인공이 '인간 말종'임을 보여준다.


우여곡절 끝에 경찰이 된 그는 음주 측정을 거부하는 취객을 뭇매로 다스린다.


최진원 감독의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주인공 구동혁(김래원)은 '공공의 적'에 등장하는 강철중 형사보다 더 괴상한 형사 캐릭터다.


그는 범죄조직이 키운 장학생이다.


그는 최후의 순간에 자신과 태생적으로 유사한 조 변호사(윤태영)와 대적한다.


범죄조직이 심어 놓은 경찰과 경찰이 키운 범죄조직원의 대결을 그린 홍콩영화 '무간도'와 유사한 구도다.


그러나 '무간도'에서 주인공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와 조직의 규범에 철저히 순응하는 부품 같은 존재였다.


이에 반해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개성을 부여받아 자신을 키운 '주군'을 배신한다.


변화무쌍한 상황은 변호사와 범죄자,양아치와 형사 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등장인물들의 최종 선택은 정의와 불의로 갈린다.


그 기준은 인간에 대한 애정의 유무이다.


구동혁은 동생을 깊이 사랑하고 정신적 스승 격인 범표(강신일)와 신 반장(이종혁)은 구동혁을 아낀다.


그러나 조 변호사는 자신만을 사랑한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야말로 삶에서 어둠을 밝혀주는 등불이라는 메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주요 인물들의 변화 과정도 자연스럽다.


범표는 상관의 명령으로 주인공을 가혹하게 조련하는 하수인으로 출발하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스승의 본분을 깨닫는다.


자신을 과신하는 신 반장은 아랫사람을 깔보다 서서히 부하를 아끼는 마음을 배운다.


구동혁의 부친 역 오광록은 자식을 대하는 아버지들의 '표정 관리' 모습을 잘 보여준다.


속내를 좀체 꺼내 보이지 않으며 보일 때에도 시치미를 뚝 뗀 듯이 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탈옥수(박철민)는 지나치게 희화화한 나머지 캐릭터들 간의 균형을 깨뜨리고 만다.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아우르는 중심 소재와 사건이 너무 빈약해 이야기 전개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다.


11월10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