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잎새"는 서울 창천동 산동네에 사는 하층민 남녀의 순수한 영혼을 그렸다.


보호관찰 대상자이자 전기수리공인 민규(박정철)와 퇴행성 시력이상으로 장님이 돼 가는 매춘부 다혜(최유정)의 슬픈사랑 얘기다.


빛을 만드는 남자와 빛을 잃어가는 여자라는 설정이 시사하듯,민규는 다혜의 시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자신을 던진다.


3D 업종인 전봇대 공사수리공과 냉대받는 매춘부란 직업은 "거래가 배제된" 남녀관계를 예고한다.


이들은 "전단지"를 통해 만나고 "전봇대"에서 애정을 확인한다.


다혜가 어린시절 헤어진 동생을 찾기 위해 전봇대마다 붙여놓은 전단을 민규가 재미삼아 떼다가 들킨 뒤 둘은 티격태격하게 되고 급기야 가까워진다.


이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전봇대는 민규에게 고단한 세상사를 잠깐이나마 잊을 수 있는 성역이다.


그가 순수를 지킬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어느날 다혜는 그곳에 올라 민규와 함께 세상을 굽어본다.


그녀가 빨리 눈을 수술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민규는 강도짓을 하고 의사를 총으로 위협해 자신의 눈을 다혜에게 이식한다.


그러나 민규에겐 죄값을 치르는 일이 남아 있다.


이런 진술은 거칠게 표현된다.


대사와 장면들의 연결이 튀고 민규의 범죄행각들은 인과성이 부족하다.


최유정의 달뜬 목소리는 침잠하는 성격의 박정철과의 교감에도 실패한다.


20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