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자랑하는 월드 스타 소피 마르소(35)와줄리엣 비노쉬(37)가 오는 9월 차례로 충무로에 입성해 연기 대결을 펼친다.


소피 마르소는 13세 때 「라붐」으로 데뷔한 이래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청순미를 뿜어내 만인의 연인으로 떠오른 배우.


「퐁네프의 연인들」로 스타덤에 오른 줄리엣 비노쉬는 지성미를 무기로 뭇 남성들을 사랑의 포로로 만들어왔다.


둘다 3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나이지만 한층 원숙해진 기품과 농익은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주름잡고 있다.


소피 마르소가 선택한 영화는 동명의 인기 TV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미스터리물「벨파고」(원제 Belphegor)(15일 개봉). 프랑스 영화계의 기대주 장 폴 살로메 감독의 신작으로 「택시」 시리즈로 얼굴을 널리 알린 프레데릭 디팡달이 상대 역을 맡았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수장고에서 잠자고 있던 이집트 미라의 악령 벨파고가 연구진의 조사 도중 깨어나 전시장을 온통 공포로 몰아간다는 것이 기둥 줄거리.


벨파고는 공사장 통로를 통해 우연히 박물관에 발을 들여놓은 여인 리사의 몸 안으로 들어가 부활한다.


리사 역의 소피 마르소는 평범하면서도 사랑스런 파리지앵과 광기를 부리는 공포의 여인을 넘나드는 연기를 펼치며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인류 문화유산의 보고(寶庫)'인 루브르 박물관의 안팎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영화의 또다른 매력이지만 긴박감과 공포감의 강도는 그리 높지 않다.


줄리엣 비노쉬는 신분의 벽과 생사의 경계를 뛰어넘는 멜로물 「길로틴 트래지디」(원제 1850 Guillotine Tragedy. 8일 개봉)를 통해 한국 관객과 재회한다.


이야기는 캐나다 근처의 외딴 섬에 정박한 선원 닐이 친구와 내기를 벌이다가 살인을 저지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형 선고를 받은 닐은 본국 프랑스에서 단두대가 도착할 때까지 대위의 집에 갇혀 있다가 대위의 부인 라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명감독 에밀 쿠스트리차가 닐로 등장해 프랑스 국민배우 다니엘 오떼이유가 연기한 대위와 삼각관계를 펼친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에서 독창적인 연출솜씨를 과시한 파트리스 르콩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마담 라 역을 맡은 줄리엣 비노쉬는 사랑과 연민 사이에서 방황하면서도 귀족적인 기품을 잃지 않는 역할을 무난히 해냈다.


그러나 독특한 설정과 비극적인 결말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아 지루함을 느끼는 관객이 적지 않을 듯하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