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여행을 6년 만에 전격 허용하기로 하자 최근 수년간 실적 부진을 겪어 온 국내 여행·면세업계는 크게 반색했다.

[단독] '큰손' 유커 6년 만에 다시 온다…면세점·여행업 완전 정상화 기대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늘긴 했지만, 여행·면세업계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유커(중국인 단체여행객)의 입국 제한으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면세업계에선 개인 여행객에 비해 객단가(고객 1인당 매출)가 높은 유커 입국이 재개되면서 실적이 코로나 유행 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9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국인 입국자는 443만 명으로, 전년 동기(81만 명) 대비 다섯 배 이상 늘었다. 엔데믹에 따른 해외여행 정상화로 입국자가 증가했지만, 코로나 유행 이전인 2019년 상반기(844만 명)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코로나 유행 전 줄곧 방한 외국인 수 1위를 차지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입국이 막힌 탓이다.

엔데믹 이후 중국인 개별 여행객은 늘어나는 추세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인에게 발급된 한국 입국 비자는 11만4109건으로, 2019년 6월(11만2170건) 수준을 넘어섰다. 작년 6월(9224건)과 비교하면 12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개별 관광객보다 3배가량 더 지출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입국이 막히면서 여행·면세업계 전반이 휘청였다는 설명이다.

유커 입국이 막히면서 면세점업계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 집계 결과 6월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은 총 8543억원으로, 전달(9381억원)보다 8.9% 줄었다. 지난 4월 9654억원을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작년 6월(1조3315억원)과 비교해선 35.8%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개별 관광객의 객단가는 단체 여행객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며 “면세 업황이 회복되려면 유커가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주요 행선지였던 제주도도 유커 귀환에 따른 관광산업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제주를 찾은 외국인은 21만3927명으로, 코로나 유행 전인 2019년 상반기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특히 2019년 상반기 45만6359명의 중국인이 제주를 찾았지만, 올 상반기엔 그 숫자가 7만9409명에 불과했다. 최근 200명가량의 중국인이 태권도, 축구 등 스포츠 교류차 제주를 방문하기 위해 국내 여행사에 견적을 문의했지만, 단체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무산되기도 했다.

여행·면세업계는 향후 한 달간 중국인을 맞이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벌일 방침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단체여행 허용 후 중국인이 실제 입국하기까지 한 달가량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9월 말~10월 초 중국 중추절과 국경절 시즌에 맞춰 중국 관광객을 맞을 준비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궈차오’(애국 소비) 운동 탓에 유커가 돌아와도 매출이 코로나 전만큼 회복되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베이징=이지훈 특파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