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가격 급등' 사재기 때문만이 아니었다…천일염에 무슨 일이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소금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면서 최근 천일염 가격이 급등했다. 오염수가 우리 해역까지 도달하면 국내 수산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었기 때문이다. 업소용 20㎏ 소금은 최근 열흘 사이에 75% 이상 오르는 등 천일염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이 동일본대지진 이후 과거 몇차례 반복됐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천일염 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업소용 소금 75% 급등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날 소매시장에서 굵은소금(5㎏)은 1만2942원에 판매됐다. 한 달 전(1만2500원)보다 3.5%, 1년 전(1만11851원) 전보다 15.7% 오른 가격이다. 중간 유통시장에서는 가격 상승폭이 더 컸다. 가격비교사이트 에누리닷컴 업소용 소금(20㎏) 판매량 1~3위 제품은 열흘 전보다 가격이 평균 75.9% 급등했다.
'소금 가격 급등' 사재기 때문만이 아니었다…천일염에 무슨 일이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오염수 불안이 대두될 때마다 천일염 가격이 급등한 뒤 다시 잠잠해지는 과정이 반복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에는 신안 천일염이 20일만에 2만t 판매돼 30년만에 소금 값이 최대 폭으로 뛰었고 히말라야 소금과 같은 프리미엄 소금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년전 이맘때에는 오염수 방류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장마와 태풍으로 생산량도 줄어 1년새 도매가가 66.0% 오르기도 했다.

생산 단에서 구조적 문제 상존

최근 소금 가격 변동 원인이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최대 소금 산지인 전라남도 신안군을 중심으로 고질적인 문제가 이어져온 탓도 있다.

첫째, 고령화로 폐업 수순을 밟는 염전이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염전 면적은 2012년 1만143헥타르(ha)에서 지난해 8362ha로 17.6% 축소됐다. 10년 사이에 여의도 면적의 두 배가 넘는 염전이 문을 닫은 것이다.
'소금 가격 급등' 사재기 때문만이 아니었다…천일염에 무슨 일이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신안군 관계자는 “염전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와중에 노동자들을 쉽게 구할 수 없어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를 선택하는 농가들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기후의 영향도 커지는 추세다. 소금을 생산하는 3월부터 10월 사이에 많은 비가 내리면 일조량이 부족해 생산량이 크게 떨어진다. 극심한 폭우와 태풍이 들이닥쳤던 2013년, 2018년, 2020년 모두 소금 생산량이 급감한 모습을 나타냈다. 이는 이듬해 소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소금가격 고공행진 지속될까

일부 중간도매상들의 사재기에 소금 시세는 급격히 올랐다. 실제로 신안군 수협에서 소금 품절 대란이 시작됐던 이달 초까지만 해도 대형마트의 소금 매출은 전년 대비 10% 남짓 오르는 등 변화폭이 크지 않았다. 대형마트에서는 이번주 들어 전년 동기 대비 소금 매출이 30% 이상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소금값 추가 상승을 예상한 유통업자들이 출하 시기를 미루면서 소금 품귀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신안군에서 천일염을 생산하는 유억근 마하탑 대표는 “소금 가격 급등은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사재기에 기인했다”며 “소금을 사용해 새우젓 등을 담가야 하는 어민들의 부담도 커졌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시장에 유통중인 2021년, 2022년 산 소금에 더해 7월부터 햇소금 유통이 시작되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 내다봤다.

올해도 기후는 변수다. 비가 많이 오면 생산량이 줄어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소금 가격이 유지될 수 있어서다. 신안군 관계자는 “올해에는 4~5월에 잦은 비로 생산량이 일부 감소했지만 6월부터는 기상 여건이 좋아져 예년 수준으로 회복했다”며 “시장에 유통중인 2021년7월부터는 본격적인 출하를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