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가 작년 같은 달보다 3.2% 올랐다. 1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석유류, 농·축·수산물 등 실생활에 밀접한 품목의 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영향이다.

2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생활물가지수는 113.0(2020년 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2021년 9월(3.1%) 후 최저 상승폭이다. 생활물가지수는 구입 빈도가 잦고 지출 비중이 큰 144개 품목이 조사 대상이다. 소비자물가지수(조사 품목 458개)의 보조지표로 활용된다.

생활물가지수 오름폭은 같은 달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3.3%)보다 0.1%포인트 낮았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보다 낮아진 것은 2021년 1월 후 처음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조사 대상 중 물가가 하락한 품목의 비중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생활물가지수가 2.3%포인트 높았다”며 “휘발유, 수입 소고기 등의 가격 하락세가 생활물가지수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4월(3.7%)에 이어 2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주범이던 석유류 가격이 크게 하락한 여파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8.0% 급락했다. 2020년 5월(-18.7%) 후 3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39개월 만에 처음으로 1년 전보다 떨어졌다. 다만 전월 대비로는 0.5%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하향 안정화하는 추세다. 지난달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3.9% 오르며 지난해 7월(3.9%) 후 처음으로 3%대에 진입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도 4월 4.6%에서 지난달 4.3%로 둔화했다.

서비스 물가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특히 높은 인건비가 반영되던 외식 물가는 4월 7.6%에서 지난달 6.9%로 내렸다. 다만 다른 품목에 비해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탓에 전체 물가 상승률을 0.9%포인트 끌어올렸다.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전기·가스·수도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23.2% 뛰어올랐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중반 일시적으로 2%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 영향으로 예상대로 뚜렷한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며 “앞으로 2%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다시 높아져 등락하다가 연말께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