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에 있는 원전 중소기업 세라정공의 김곤재 대표가 11일 제작 중인 원전용 부품 앞에 서 있다. 김 대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로 중소 원전업체에도 일감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해=김해연 기자
경남 김해시에 있는 원전 중소기업 세라정공의 김곤재 대표가 11일 제작 중인 원전용 부품 앞에 서 있다. 김 대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로 중소 원전업체에도 일감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해=김해연 기자
문재인 정권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몰렸던 원전 중소기업들이 움츠렸던 어깨를 조금씩 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선(先)발주를 받은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관련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아직 일감을 받지 못한 상당수 업체도 하반기에는 수주가 예고됐다.

핵심 업체부터 ‘원전 르네상스’의 온기가 번지고 있다. 삼홍기계, 원비두기술 등은 지난해 말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선발주를 받았다. 원자로·증기발생기 등 주기기 제관·용접 전문 중소기업인 원비두기술은 지난해 12월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일감 중 26억원 규모의 원자로 냉각제계통 파이프 제작을 수주했다. 선발주 계약서를 들고 간 덕에 은행에서 추가 대출까지 받을 수 있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관련, 올해 2100억원 규모 일감을 주요 원전 중기에 발주할 계획이다. 수주가 기대되는 국내 460여 개 중소업체에는 단비가 될 전망이다. 최형오 삼부정밀 대표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다고 해서 인력을 늘리고 투자를 재개했다”며 “발주가 들어오면 바로 작업을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백승한 우진 대표도 “정부가 원전 산업에 전폭적인 정책 지원을 시행하고, 신한울 3·4호기 계약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원전 산업의 생태계가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했다.
 경기 화성시 우진(원전 중견기업) 직원들이 원자로 핵분열을 측정하는 노내핵계측기(ICI) 제작 공정 중 마무리 단계로 절연 및 진동 흡수를 위한 에폭시 실링 작업을 하고 있다.  /이솔 기자
경기 화성시 우진(원전 중견기업) 직원들이 원자로 핵분열을 측정하는 노내핵계측기(ICI) 제작 공정 중 마무리 단계로 절연 및 진동 흡수를 위한 에폭시 실링 작업을 하고 있다. /이솔 기자
작년까지만 해도 원전 중소기업들은 생존이 절대적인 과제였다. 탈원전 정책 때문에 2016년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이 끊겼기 때문이다. 5년간의 탈원전 충격파를 견디지 못한 기업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원자력 공급 산업체의 매출은 2016년 5조5034억원에서 2021년 3조9269억원으로 28.7% 줄었다. 종사자 수도 2만2355명에서 1만8725명으로 16.3% 감소했다. 이종열 은광산업 대표는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조선업 관련 매출로 혹한기를 버텼다”고 전했다.

원전 생태계가 입은 상처를 하루빨리 치유해야 한다는 주문이 적지 않다. 김곤재 세라정공 대표는 “원전 의존도가 높은 회사들은 일찌감치 다 무너졌다”며 “원전 제조 기반이 무너지면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확대 등에 힘입어 3~4년 내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조성은 무진기연 대표는 “입찰 등 과정을 거치면 반년은 더 걸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빠른 발주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원전 부활 프로그램도 구체화되고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2027년까지 원전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등에 총 6750억원을 투입하고 원전 강소기업 150개를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김우순 중기부 기술혁신정책관은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이 본궤도에 오르면 원전 중기의 체질도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형창/강경주/오유림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