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블라스캄프 만트럭버스 회장 "완전자율주행 트럭은 오너 드라이버에 기회"
“자율주행은 트럭 운전자의 일자리를 뺏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 운전자가 10대가량의 트럭을 ‘군집 주행’하는 등 사업화할 수 있습니다.”

알렉산더 블라스캄프 만트럭버스 회장은 최근 인천 송도동 우크우드 프리미어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 등과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폭스바겐그룹 산하 만트럭버스는 260년 역사를 지닌 유럽 최대 상용차 회사다. 3t 소형트럭부터 44t 대형트럭까지 ‘풀라인업’을 갖춘 기업이다. 그는 자율주행이 트럭시장 전반에 확대되면 트럭 운전사의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럭 완전자율주행, 최대 10년 필요

만트럭버스는 2021년 6월 한국법인을 아시아·호주 지역 본부로 정하고 12개국을 관할하는 허브로 격상시키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블라스캄프 회장은 아시아 핵심 거점인 한국 시장을 점검하고, 한국법인의 수준 높은 서비스 정책을 다른 국가에 적용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한국 판매량은 아시아·태평양 시장의 30~4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블라스캄프 회장은 한국 시장 특징을 “유럽과 달리 오너 드라이버가 대부분인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운행 시간이 트럭 운전자의 수익과 직결된다. 그는 “디지털 솔루션을 통해 서비스센터에 필요한 부품을 미리 구비하고, 수리 기사 역량을 높이고 있다”며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원(F1)에서 차량이 들어오면 바로 바퀴를 교체한 뒤 질주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상용차 딜러사는 영업(세일즈)만 하는 게 아니라 종합 서비스센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너 드라이버가 대부분인 한국 시장에 자율주행트럭이 도입되면 운전자의 일감을 뺏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블라스캄프 회장은 “한 명의 오너 드라이버가 한 대의 트럭만 운행하고 있지만, 자율주행이 확대되면 10대까지 무리지어 운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 함부르크 항만엔 짐을 싣고 내리는 자동화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며 “운전자는 45분간 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부산항에서도 이런 기술이 적용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완전자율주행 트럭이 상용화되는 데 5~10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소 대신 전기트럭에 집중

만트럭버스는 수소 대신 전기트럭과 전기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수소트럭이 전체 친환경 트럭 시장에서 5~10%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2030년 중반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유는 운송에 필요한 수소를 생산하는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블라스캄프 회장은 “지금은 ㎏당 ‘그린 수소’ 생산비가 비싸다”며 “수소 기술을 운송이 아닌 친환경 철강을 만드는 공정 등에 투입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럭은 승용차보다 10배가량 많은 철강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수소 기술로 탄소 중립을 이뤄내겠다는 설명이다.

만트럭버스는 한국에도 전기트럭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 블라스캄프 회장은 “한국에 전기트럭을 운행하기 위해 얼마나 충전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지 살펴봤다”며 “한국 고객이 총소유비용(TCO) 관점에서 전기트럭을 타는 게 이익일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만트럭버스는 전기트럭과 전기버스에 각각 중국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이 유럽에서 만드는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 기업과 협력을 더 늘릴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